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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장애인 보장구 수리 전문가, 장애인생활클린센터 유인식 실장

서울 성동구 마장동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 내 위치한 장애인생활클린센터. 장애인 자립에 필요한 복지상담과 보장구 관련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시설입니다. 지난 2009년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 1층에 30평방미터 규모로 문을 연 이곳은 등록 장애인에 한해 보장구 수리 및 세척, 배터리 충전 등을 부품값만 받고 무료로 해주고 있는데요. 


부품값 역시 성동구민이라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은 연간 20만원, 비수급자는 10만원까지 지원되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답니다.

"장애인들은 자신의 몸이 불편하니 정비 점검에 소홀하기 쉽다"며 "올바른 사용방법이나 관리요령을 모른 채 사용하는 분들도 많고요. 그러다 보니 작은 고장이 큰 고장이 돼서야 이곳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곳에서 근무하는 유인식 실장의 말입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는 전부 오른손잡이를 위한 것들. 그러나 장애인에 따라 왼손만 사용 가능하거나 발, 턱만으로 조종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럴 때 개별 맞춤형으로 개조하거나 각종 수리를 해주는 것 모두가 장애인클린센터의 몫이랍니다.


   불의의 사고로 실의에 빠진 청년이 우리나라 첫 장애인 스키선수로 도약하기까지 


장애인 보장구 수리전문가


유인식(52) 실장은 국가대표 장애인 스키선수 출신으로 은퇴 후 줄곧 이 곳 성동 장애인생활클린센터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보장구 수리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유 실장 역시 3급 지체장애인으로 중학교 졸업 후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방황하다가 군입대 전 생활비를 벌러 간 제주도에서 경운기 사고로 오른쪽 무릎 10센티미터 아래 부분을 잃게 되었다는데요.


 3년간 실의에 빠져 집에서 지냈지만 이후 재활훈련을 통해 건강을 회복했고 그러던 중 1985년 한국소아마비협회 산하 정립회관 주최로 알프스 스키장에서 열린 국내 첫 장애인 스키캠프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보장구 없이 맨몸으로 달리는 것 같은 속도감에 짜릿한 희열을 맛봤다"고 말하는 그는 겨울마다 스키를 탔습니다. 당시 국내에는 장애인 스키대회가 없어 협회 차원에서 몇몇 선수를 훈련시켜 국제대회에 내보냈는데요. 스키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유 실장은 다른 선수 한명과 함께 1992년 제5회 프랑스 알베르빌 장애인 동계올림픽에 우리나라의 첫 장애인 국가대표 스키선수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모든 훈련비, 생활비는 건설노동일을 하며 자비부담을 했습니다. 그렇게 1994년 제6회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1998년 제7회 일본 나가노 장애인 동계올림픽까지 참가한 그는 1992년에 결혼해 이후 아이가 생기자 국가대표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은퇴 후 장애인들의 마음까지 헤아려주는 보장구 수리 전문가로


장애인생활클린센터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이 일 저 일을 전전하던 그에게 2011년 또 한번의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는데요. 인터넷으로 우연히 성동 장애인생활클린센터 홍보영상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이 설 자리는 없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장애인들에게 기술교육을 해 주고 일자리까지 찾아주는 곳이 있다니. '아 이거다!' 싶었죠."

그 길로 성동구 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아간 유 실장은 보장구 기술자 교육과정에 등록했습니다. 이후 6개월 동안 주 5일 하루 8시간씩 강도 높은 교육이 이루어졌는데요. 하루도 빠짐없이 교육을 받은 유 실장은 이후 여러 보장구 수리업체에서 근무하다 올해 2월 성동 장애인생활클린센터에 실장으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이곳 센터는 평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문을 열고 하루 평균 12건 가량 보장구 수리를 합니다. 유 실장은 이곳에서 보장구 수리 뿐 아니라 자신과 같은 아픔이나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교감하며 서로 위로를 나눕니다. "같은 장애인들에게 봉사하면서 생업도 할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아요.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일하면서 제 손으로 그분들의 불편함을 줄여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