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한국에서 인기 많은 사랑받는 작가이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너를 사랑한다는 건> 등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2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작가입니다. 남녀 관계에서 보여지는 힘의 우위, 상대방의 행동에 숨겨진 마음을 파고드는 책들을 펴낸 알랭 드 보통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어떤 부분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살펴봅시다.
"내 이름은 한국어로 중간을 뜻하는 '보통'이지만 한국인들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는다." 1월 16, 17일 서울 광운대학교에서 열린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에서 알랭 드 보통은 유쾌한 농담을 건네며 일상과 사랑, 불안에 대해 질문하고 해답을 찾는 과정을 이야기 했습니다. 이번 강연에서 던진 질문은 '왜 우리는 불안한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였고, 그는 일상의 일과 사랑에서 느끼는 불안에 대한 문제의 해답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 자신, 상대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이며 답은 질문 속에 있거나 질문 그 자체라고 했습니다.
■ 풍요로운 자본주의, 왜 우리는 불안한가.
이미지출처 : 위키피디아 자본주의 설명
멋진 옷을 사 입고 달콤함 초콜릿을 먹고, 최신형 스마트폰을 손에 쥐어도 즐거움은 잠시뿐, 곧 불안이 엄습합니다. 진짜 가지고 싶었던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죠. '모든 분야의 신상품을 손에 쥐어야만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에 구입한 물건은 만족대신 불안을 가져다 줍니다. 일상을 점령한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needs)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desire)은 무엇인가?"
알랭 드 보통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공하는 여러 물건과 개념을 '선한 수요(good demand)'와 '나쁜 수요(bad demand)'로 구분합니다. 소비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하고 원하는 것은 '선한수요', 소비자에게 필요하지 않지만 욕망을 자극하며 우리를 불안 속으로 빠뜨리는 것은 '나쁜 수요'가 되는 것입니다. '나쁜 수요' 속에 도사린 불안에서 벗어나려면 새로운 경제가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경제가 지배하는 사회란 무엇일까요? 달과 시(詩)의 아름다움. 행복에 대한 수요가 넘치고 행복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회. 돈이 아닌 것에 가치를 주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불안의 공포를 벗을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행동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요? 알랭 드 보통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모습이 경제의 모습으로 나타나며 소비자의 욕구가 변하면 사회가 바뀝니다. 우정에 대한 욕망을 유행으로 만든 페이스북처럼, 조직을 만들어 공동체 의식이 생기면 곧 유행으로 번진다고 말입니다.
■ 권력의 줄다리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미지출처 : the daily beast, What Should Be Your Favorite Books
알랭 드 보통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15분간 상대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상대의 내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찾아보라고 말합니다. ‘어떤 것에 실망했는가’, ‘내게 화난 것이 있는가’, ‘어떤 부분이 변하길 바라는가’를 생각해보자는 것이죠. 돈이나 선물보다 더 중요한 질문들이 정작 우리 생활에는 빠져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 관계는 스스로를 파악하고 상대방에게 나를 알려 서로 이해함으로 넓어져 갑니다.
흔히 연애를 할 때, 좋아도 싫은 척 튕기며 우위를 잡으라고 조언 합니다. 덜 사랑하는 사람이 관계에서 더 큰 권력을 갖기 때문이죠. 상대방보다 내가 더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더 많이 참아야 하고 더 많이 이해해야 하는 불편함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연인 관계에서 더 힘을 갖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상대방을 더 이해하고, 더 참으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충만히 느끼는 것이 성숙한 사랑의 자세입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고, 상대방이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버리면 소모적인 감정 싸움을 덜고 평온한 사랑에 빠질 수 있습니다.
■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기획자로 참여
알래 드 보통이 올가을 열리는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기획자로 나섭니다. 2013년 비엔날에조직위원회가 그에게 공예예술에 관한 저술을 부탁했으나 그는 공예를 직접 다루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기획자로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광운대학교에서 열린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의 최근 강연이 삶의 질문에 대한 풀이였다면, 이번 공예전은 '아름다움과 행복(Beauty and Happiness)'이라는 주제의 압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은 공예전 기획과 관련해 "아름다움은 때때로 보이는 것만으로 평가받고 철학은 딱딱한 것으로 오해받는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공예의 심미적 부분뿐 아니라 심리적 가치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는 산업통상자원부 후원으로 9월 16일부터 10월 26일까지 이어집니다. 작가가 아닌 기획자로써 "예술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제안"이라고 말하는 알랭 드 보통과의 색다른 방법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공감 문화현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