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은 대체로 자신만의 머리 감는 주기가 있습니다. 매일 감는 사람, 격일 혹은 사나흘에 한번씩 감는 사람, 극단적으로는 일주일에 한 번 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머리 감는 주기를 정하는 건 개개인의 습관이나 취향, 관리법에 따라 다릅니다. 그러나 머리카락이 속칭 '떡'이 되는 건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의 구부러짐 정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지성 두피, 건성 두피 뿐만이 아닌 생머리냐 곱슬머리냐에 따라 기름이 끼는 정도가 다르다니 왜 그럴까요?
■ 기름이 끼기 쉬운 직모
“난 왜 머리를 사나흘만 안 감으면 ‘떡’이 되지? 당신 머리카락은 안 그런데.” “글쎄 당신은 직모고, 나는 곱슬인 거와 관계있지 않을까? 남녀 차이도 있을 수 있겠고.” 중년 부부가 산책길에서 머리카락 얘기를 나눕니다. 부인의 머리카락은 ‘스트레이트 퍼머’를 한 듯 직모인 반면 남편은 심한 곱슬머리입니다.
한동안 머리를 안 감으면 머리카락끼리 들러붙어 덩어리를 이루려는 상태, 속칭 '떡'이 될 가능성은 곱슬머리에 비해 직모가 훨씬 큽니다. 직모인 사람과 곱슬머리인 사람의 생활 패턴이 비슷하다는 전제하에 직모인 사람들이 머리를 더 자주 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곱슬머리가 더 건조한 이유
머리카락이 떡이 되는 건 두피에서 나오는 피지 때문입니다. 모근이 있는 모낭 주변에는 피지샘이 있습니다. 머리카락은 두피 밖으로 고개를 내밀기에 앞서 피지샘으로부터 분비된 피지를 먼저 묻히고 나옵니다. 두피 밖으로 나온 머리카락의 피지는 땀이나 기름기, 먼지 등과 결합합니다. 이런 상태가 심화되면 머리카락의 올끼리 서로 들러붙기 쉬워집니다.
직모는 머리결이 곧다 보니 더 들러붙기 쉽습니다. 하지만 곱슬머리는 올들이 휘어져 있기 때문에 피지가 머리카락 전체로 고루 퍼져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극심한 곱슬머리가 대부분인 흑인들의 머리카락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시각적으로뿐만 아니라 실제 손으로 만져봐도 흑인들의 곱슬머리는 직모에 비해 훨씬 건조합니다. 기름기가 그만큼 적어서지요. 피지 자체의 분비량은 흑인들이 백인들에 비해 많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특유의 곱슬머리 때문에 머리카락은 기름기가 적고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 곱슬거리는 체모 진화의 결과
신체의 은밀한 부위에 나는 체모들이 곱슬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머리카락은 직모인 사람도 겨드랑이 등의 털은 거의 곱슬한 형태입니다. 체모가 곱슬 할수록 해당 부위를 건조하게 유지하는 데 유리한 까닭에 이런 형태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직모든 곱슬머리든 머리카락의 주성분은 케라틴이라는 단백질로 똑같습니다. 손톱, 발톱의 주성분과 같은데 머리카락의 케라틴이 좀 더 탄력적입니다. 한데 성분은 같지만, 곱슬과 직모는 ‘태생’에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태생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머리카락의 단면입니다. 머리카락을 잘라보면 직모일수록 원형에 가깝습니다. 곱슬머리는 타원형이고, 심한 곱슬머리는 단춧구멍 형태라고 할 만큼 납작합니다.
머리카락의 단면이 이처럼 다른 것은 무엇보다 모낭의 형태가 원형, 타원형, 단춧구멍 모양 등으로 다른 탓입니다. 직모냐 곱슬머리냐에 따라 굵기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습니다. 인체의 조직이나 부위 중에서 머리카락만큼 개인별 편차가 큰 것도 드뭅니다. 보통 직모가 굵은 경향이 있는데, 굵은 직모는 두께가 0.2mm 안팎 이지만 곱슬머리는 심한 경우 굵기가 0.02mm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