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여행은 늘 설렙니다. 청량이 역에서 모여 친구들과 연인과 함께, 가끔은 가족과 함께 떠나는 동해 여행은 드물게 슬로우 여행의 운치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줘요. 기차에 몸을 싣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묵은 스트레스도 날아가는데요. 코레일은 국내열차 관광객의 다양한 수요에 맞춰 백두대간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중부내륙순환열차와 백두대간 협곡열차를 신설했어요.올 봄나들이는 백두대간의 절경을 살펴볼 수 있는 기차여행 어떠세요?
백두대간협곡열차 : V-train
"이 땅에서 가장 험준하되 가장 아름다운 백두대간의 협곡과 외딴 마을을 지나는 곳에 놓인 열차 길입니다. 여기에는 쾌속과 질주를 포기하고 유순해진 열차가 다닙니다. 열차는 첩첩산중의 낮은 목을 타 넘고 낙동강이 굽이치는 교각을 건너갑니다. 느린 속도의 열차가 선물처럼 가져다주는 것은 오래돼 희미해진 추억, 혹은 동행과 나누는 따스한 교감입니다."
백두대간협곡열차가 대체 어떤 열차이기에 그럴요? 더 이상 궁금증을 자극하지 않도록 오늘의 주인공인 열차부터 소개해보려 할게요. 백두대간협곡열차는 본명이 'V-train'이에요. 백두대간의 가장 아름다운 구간을 왕복하는 협곡열차로 가파른 협곡의 모양을 따 'V'죠. 그대로 읽으면 됩니다. '브이트레인'.
운행구간은 분천~양원~승부~철암으로 거리는 27.7킬로미터. KTX가 시속 300킬로미터를 달리는 시대에 1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10분에 걸쳐 천천히 달립니다. 교통수단으로는 2선으로 물러난 디젤기관차가 진달래색 붉은 객차 3량을 끌어요.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를 한 디젤기관차는 그 옛날 백두대간을 거느리던 백호를 닮았습니다. 그래서 애칭은 '아기백호열차'다. 열차가 정차하는 분천역에는 실제 호랑이 모형도 있습니다.
'아기백호'의 매력은 느림이에요. 오래전 험준한 곳을 뚫고 만든 구불구불한 철길을 달리다 보니 속도를 낼 수 없습니다. 아니, 일부러 천천히 가죠. 협곡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분천~양원 구간은 느릿느릿 가며 백두대간의 속살을 맘껏 느끼도록 배려합니다.
또한 느림은 멋진 소리를 낳습니다. '철커덕 철컥, 덜커덩 덜컹'. 열차바퀴가 선로의 이음매를 지날 때마다 규칙적으로 울리는 소리는 듣는 이에 따라 추억을 불러오기도, 일상의 피곤함을 덜어주는 달콤한 자장가가 되기도 해요. 열차의 속도는 KTX의 10분의 1이지만, 여행의 추억과 기쁨은 10배 그 이상입니다.
'아기백호'의 또 다른 매력은 '복고'입니다. 옛 비둘기호를 연상시키는 의자와 접이식 승강문, 목탄 난로와 선풍기, 백열전구 등 추억을 되살리는 소품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데요. 대놓고 '복고'를 팔기로 작정한 듯 난로 위에는 오징어와 고구마, 심지어 그 옛날 식품 '쫀드기'까지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승무원 복장도 1960~1970년대 모습을 되살렸어요.
열차를 보니 정말 옛날 기억이 되살아날 것 같아요. 햇빛 좋은 봄날이면 기차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여유로운 봄나들이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할머니 할아버지와 손주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옛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색다른 여행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기백호'의 마지막 승부수는 '전망'이에요. 천장을 제외하고 유리로 탁 트인 전망은 백두대간의 풍경을 맘껏 느끼도록 시야를 넓혔어요.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안에서 느끼는 개방감은 대단히 시원합니다. 마지막 칸 뒤쪽은 아예 대부분 유리로 마감해 어느 열차에서도 느낄 수 없는 멋진 그림을 만들죠. 여기에는 열차 디자이너의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습니다.
아기백호의 몸통은 진달래색이에요. 그 자체로도 예쁘지만 진달래색 객차의 칸칸은 밖의 풍경을 담아내는 액자 역할을 합니다. 초록빛의 자연을 강렬하게 담아내는데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의 원시적인 모습을 동화 속 색깔의 프레임에 담아 효과를 극대화한 것입니다. 여기에 개방형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청량감을 선사해요. 아무리 화질 좋은 TV로 본다 해도 가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기분입니다.
백두대간협곡열차
승차권 발매 : 일반승차권 발매 방법과 동일
운임요금 : 균일가 8,400원 (최저운임 구간)
승차권 예약문의 : 고객센터 1544-7788
중부내륙순환열차 : O-train
두번째 주인공은 중부내륙순환열차인 'O-train'입니다. '오트레인'으로 부르면 되요. 산업철도로 건설된 중앙선·영동선·태백선 구간을 원처럼 도는 순환열차에요. 본격적인 관광 전용 열차 중에 첫번째여서 '넘버 원(One)'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기존의 관광열차들이 있던 열차를 일부 단장해서 운영하는 수준이라면 오트레인은 완전히 뜯어서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인 첫 관광 전용 열차로 꼽혀요.
내부부터 들여다보면, 오트레인은 원래 263석이 있던 '누리로' 열차에서 60석 가까이 들어냈습니다. 더 많은 승객을 포기하는 대신에 그 자리에 전망석·카페실·유아놀이방·커플룸·패밀리룸·가족석 등 다양한 고객 편의시설을 설치했어요. 또 내부는 원목 느낌이 나도록 꼼꼼하게 처리해서 고급스러워요. 카페는 진짜 스테인드 글라스를 사용해서 사진을 찍으면 색이 참 예쁘게 나온답니다.
객실마다 다양한 컨셉이라서 매번 여행을 갈 때마다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요. 또한 여행지에서 휴대폰으로 마음껏 사진을 찍고 충전하도록 좌석마다 충전용 전기콘센트를 설치했고, 커플룸에는 실내조명이 은은한 분위기도 연출하죠. 커플들의 다정한 모습은 부럽겠지만, 오트레인은 일본이나 유럽의 특급관광열차가 부럽지 않답니다~
오트레인의 매력은 우리나라 열차 중에서 처음으로 전망 경관 모니터를 설치해서 기차 운행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에요. 산과 들, 계곡과 논밭 등 매번 배경이 바뀌면서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런 멋진 모습을 그동안 열차기관사 혼자서만 꼭꼭 감춰두고 봤다는 데 시샘이 날 정도에요.
오트레인의 별명은 다람쥐열차예요. 생긴 모습이 다람쥐를 닮았다고 이름을 그리 붙였는데요. 브이트레인이 주인공인 자연을 부각했다면, 오트레인은 디자인부터 편안하게 다가와요. 우리의 보자기, 떡 등 옛 색감에서 색을 가져와 한국의 사계와 문화를 담았어요다. 열차 내부의 모시 벽지와 철도·여행과 관련한 시들도 고풍스러운 전통 느낌을 살렸어요.
백두대간관광열차에 우리의 자연과 시간을 넘나들며 색과 느낌을 살린 디자이너는 한국 사람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온 디자이너 펠릭스 부코브자(Felix Boukobza)씨예요. 코레일이 2대의 관광열차를 만들기 위해 국내 몇몇 디자이너에게 의뢰했는데 예산이 맞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이 벽안의 외국인이 예산 범위 내에서 최적의 결과물을 내놨다는 후문이있는데요.
팰릭스씨는 전체 디자인뿐만 아니라 화장실, 전기콘센트까지 꼼꼼하게 챙겨 완성도 높은 열차로 승객들에게 더 많은 것을 전달하고자 했어요. 지금도 펠릭스씨는 오트레인이 서울역에 들어오는 날이면 플랫폼에 나가 열차를 살피고, 끊임없이 수정과 보완을 요구하고 있어요.
오트레인의 승차권은 일반 발매와 세트 발매로 나뉘는데요. 일반 발매는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앱 등에서 발매할 수 있어요. 세트 발매는 가족석(4인석), 커플룸 1실(2인석), 패밀리룸 1실 (4인석)으로 이루어져 있고요. 가족석은 출발 2시간 전까지 발매가 안될 경우 일반 발매로 대체되고, 커플룸과 패밀리룸은 홈페이지와 기차 안에서만 발매돼요.
오트레인은 패키지 열차 상품은 아니고, 구간별로 기차표를 끊어서 이동하는 거예요. 1일권과 1일권 등으로 구입해서 이용할 수도 있어요.
중부내륙순환열차
승차권 발매 : 승차권(일반발매, 세트발매) / 여행패스 -> 자세한 안내 보러가기
운임요금 : 구간여행 운임요금 / 여행패스 요금 -> 자세한 안내 보러가기
* 역별, 구간별 자세한 운임요금은 별도 조건표 참조
승차권 예약문의 : 고객센터 1544-7788
브이트레인과 오트레인은 4월 12일 본격적인 운행을 시작해요. 외국의 열차여행의 묘미를 우리나라에서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다면 꼭 한 번 이 열차를 이용해 보세요~. 아! 어디어디를 구경해야할지 모르시겠다고요? 아래의 관광 가이드를 다운받으면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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