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에도 사람들이 빙과류를 엄청 찾을 거라 예상합니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날씨가 무더워지면 아이스 제품만한 것도 없으니까요. 광복 70년 한국인 의식주 변천사에서 그동안 빙과류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말해볼까 합니다.
“아이스께~ 끼! 아이스께~ 끼!” 아직도 귓가에 쟁쟁합니다. ‘아이스께끼’는 1960년대에 국내에서 팔던 빙과류(Ice Pop)를 가리키던 말입니다. 아저씨들이 나무 아이스박스에 막대기를 잔뜩 꽂아 넣고 소리치며 팔았는데, 향료와 사카린을 섞은 물에 막대기를 꽂아 얼려 만든 것입니다. 아이스께끼가 아이스케이크(Ice Cake)의 일본식 발음(アイスケ-キ)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속설입니다.
일본에서는 아이스캔디로 부르거나 줄여서 그냥 아이스라고 합니다. 아이스께끼가 사라지고 ‘하드’가 나타났습니다. 1962년 삼강산업의 ‘삼강 하드’가 나온 다음부터일 것입니다. 진짜인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국내 최초로 위생 설비를 도입했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는데 어쨌든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대단한 인기몰이를 했었습니다. 1962년 식품위생법이 공포되고 1968년에 빙과류 식품 규격 기준이 마련되자, 소규모 아이스께끼 업자들은 된서리를 맞고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 후 우리나라 빙과시장은 롯데제과, 해태제과, 빙그레, 롯데삼강(현 롯데푸드)이라는 네 회사가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고 수십 년 동안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드· 콘 · 쮸쮸바 · 고급 빙수로 취향 변해도 '차가운 아이스크림 뜨거운 사랑'
1970년대 초반 국내 빙과시장은 부라보콘(1970)이나 투게더(1974) 같은 고급 아이스크림과 아맛나(1972)나 비비(1975) 같은 바(Bar)제품으로 양분됐습니다. 아이스크림을 골라 먹는 재미가 더 쏠쏠해졌습니다. 브라보콘은 기존의 나무 막대기에 얼음덩이를 꽂은 ‘하드’ 형태에서 깔때기 모양의 ‘콘’ 형태로 바뀐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쮸쮸바의 시대가 왔어. 사람들이 아는 것과 달리 최초의 쮸쮸바는 롯데삼강의 쮸쮸바가 아니라 삼립식품의 아이차였습니다. 1974년 여름에 아이차가 나오자 대박이 났었습니다. 얼음이 든 튜브를 손에 쥐고 과즙이 든 시원한 얼음물을 빨아 마시는 ‘튜브’형 아이스크림이 등장한 것입니다. 1976년 롯데삼강에서 내놓은 쮸쮸바에 이어 맛기차(해태), 아차차(롯데), 차고나(서울우유), 차차차(대일유업) 같은 카피 제품들이 막 쏟아져 나왔습니다.
1981년 나온 100원짜리 빠삐코는 50원짜리 쮸쮸바보다 더 고급스러워졌는데, 쮸쮸바의 과일 맛이 아닌 진한 초콜릿 맛이 났습니다.1983년엔 빨아 먹지 않고 둥글게 생긴 용기의 밑을 눌러 먹는 까리뽀와 폴라포도 나왔습니다. 이 밖에 지금까지도 인기 있는 월드콘(1986), 커피 맛이 진한 더위사냥(1989), 둥근 고무 용기를 채택한 거북알(1998) 같은 아이스크림이 한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2003년에 새로 나온 설레임(雪來淋)과 2005년 출시된 토마토마 역시 엄청나게 많이 팔렸을 거라 사료됩니다. 그 무렵 하겐다즈, 배스킨라빈스, 나뚜루 같은 외국 제품을 찾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졌으며 취향이 조금씩 더 고급화되었습니다. 요즘은 설빙(雪氷) 같은 고급 빙수 브랜드가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최근에 롯데푸드는 추억의 아이스바 ‘삼강하드’를 재출시했고, 해태제과는 ‘부라보콘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여 폭발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두 제품 모두 출시된 지 한 달도 되기 전에 다 팔렸다고 합니다. 더 고급스러운 아이스크림도 많은데 옛날 스타일이 잘 팔리는 걸 보면 지나온 날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스크림이 아무리 고급화돼도 사람들은 추억의 아이스크림을 다시 맛보고 싶을 테니까요.
아이스크림이란 차가운 게 아니라 사랑처럼 따뜻한 것이라, 우리 혀는 그 사랑을 본능적으로 기억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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