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정원이 생겼습니다. 이번 가을에는 동화처럼 아름다운 국가정원 '순천만정원'에서 추억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다른 도시들이 공장을 유치할 때 순천은 순천만과 동천을 다듬었습니다. 다른 지역이 인공 시설을 세우며 행사를 기획했을 때 순천은 자연을 무대로 하는 정원박람회를 준비해 대한민국 최고의 생태도시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9월 5일 순천만정원 국가정원 지정 선포식에 참석한 이낙연 전남도지사의 말입니다. 순천만의 영광이 그저 생긴 게 아닙니다. 이 선포식에는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해 신원섭 산림청장, 조충훈 순천시장 등도 참석했습니다. 선포식은 순천만 국가정원 영상물 상영과 축사, 환영사, 그리고 국내외 정원 관련 공헌자들의 축하 영상 메시지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신 청장은 조 시장에게 국가정원 지정서를 전달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가정원 제1호로 지정된 순천만정원은 면적 92㏊에 56개 주제 정원을 보유한 국내 최초의 종합 정원입니다. 정원 조성 단계부터 순천만 지역의 우수한 자연환경 보존과 연계한 모범 사례로 꼽히며,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이 함께 정원을 조성하는 참여형 정원으로 운영돼왔습니다.
이 정원에서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를 열었으며, 지난해에는 순천만정원으로 재개장하는 등 다른 지역의 박람회장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아름다움과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순천만정원은 자연과 분리된 아파트 위주의 주거문화를 보완하고 정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정원문화의 저변 확대를 이끌어왔습니다. 이러한 순천만정원의 가치는 국가정원 지정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순천만 국가정원의 첫걸음은 순천만이었습니다. 세계 5대 연안습지로 꼽히는 순천만은 2003년 습지 보호지역 지정, 2006년 람사르협약 등록을 거쳐 2008년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 제41호로 지정됐습니다. 여기에는 농게, 칠게, 짱뚱어 등 갯벌 생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고, 지난해에는 두루미류 1005마리가 관찰되는 등 세계적인 두루미 월동지로도 자리 잡았습니다.
힐링과 생태를 추구하는 여행 추세에 힘입어 순천만은 2002년 10만 명이던 관람객이 점차 늘기 시작해 연간 300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됐습니다. 이 때문에 자동차 매연과 소음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순천시는 순천만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순천시는 시민, 시민단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전이공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절대 보전 공간인 순천만을 지키기 위해 순천만에서 5.2㎞ 떨어진 지금의 순천만정원 자리를 순천만의 입구로 만든 것입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게 된 배경입니다.
'지구의 정원, 순천만'을 주제로 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2013년 4월 20일부터 10월 20일까지 이 일대 111만2000㎡에서 열렸습니다. 정원박람회장은 세계 정원 11곳, 참여 정원 61곳, 테마 정원 11곳 등 23개 나라 83개 정원과 순천만국제습지센터, 꿈의 다리, 한방체험관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박람회 6개월 동안 모두 440만 명의 관람객이 찾았습니다. 유료 관람객이 87.7%(386만 명)에 달해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국제 행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에다 대한민국에 없었던 '정원'이라는 개념을 법률적으로 정립하는 계기를 만들어 순천만정원 국가정원 제1호 지정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동안 국제박람회는 행사기간 관람객 숫자의 의미보다는 사후 활용이 더 큰 과제였습니다. 순천시가 박람회장 사후 활용 문제를 더 많이, 더 깊이 고민한 것도 이런 연유였습니다. 정원박람회장을 영구 개장키로 한 건 이러한 고민의 결과입니다. 생태와 문화로 대변되는 21세기의 시대정신을 담기 위해서였습니다.
순천시는 나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정원 지정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습니다. 우리 국민에게 생활 속 정원문화를 확산하고 새로운 정원산업의 패러다임을 제시할 목적에서입니다. 그 결과 2014년 2월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고, 같은 해 12월 순천만정원을 모태로 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면서 법적 근거를 갖게 됐습니다.
올 1월 20일엔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고 7월 21일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국립공원, 국립수목원 등 국가가 지정하고 관리해온 자연유산이 정원으로 확장되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순천만정원의 국가정원 지정은 여기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순천만정원은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국가정원이 됐습니다. 앞으로 정원을 가꾸고 보존하는 비용도 정부에서 지원하게 됩니다. 정부에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성장동력인 조경과 화훼, 힐링 등 정원산업을 통해 녹색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형태의 지역발전 모델도 제시할 방침입니다. 많은 관람객들이 순천만 국가정원을 찾으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 발전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천혜의 순천만을 끼고 있는 순천만정원은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것으로 정원문화 초유의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친 일상 훌훌 털고 갈대에 어깨를 기대고 싶어 하는 날, 순천만국가정원에 한번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