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감칼럼

'양신' 양준혁, '야구 꿈나무 육성'이란 이름의 홈런 예고!

제법 차가워진 초겨울의 날씨가 무색하게 뜨거운 함성이 공기를 달구는 이 곳은 야구장입니다.


"수비 집중~!"

"도곡초 파이팅! 잘할 수 있어."


야구장은 온통 아이들의 함성과 학부모들의 열띤 응원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프로야구 결승전보다 더 떨리는 극적인 순간이 반복됐고 선수들의 눈빛은 비장하기까지 했습니다. 도곡초등학교와 동막초등학교는 접전의 순간을 거듭한 결과 20대 19, 아슬아슬한 점수 차로 승부가 갈렸습니다. 우승의 영예는 도곡초가 거머쥐었습니다.


양준혁


모든 경기가 끝나자 아이들은 하나같이 환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3등을 기록한 고명초 야구팀 박재훈(12) 학생은 "대회가 정말 재미있었다"며 "앞으로 강정호 선수 같은 야구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야심 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우승을 차지한 도곡초 야구팀 주장 안재홍(13) 학생은 "3학년 때부터 야구선수가 꿈이었다"며 "이번이 초등학교 시절 마지막 경기인데 우승을 해서 정말 기쁘고,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꼭 멋진 야구선수가 되겠다"고 눈을 반짝였습니다.


프로야구의 초석이 되는 초등학교 야구 육성을 위한 전국 야구대회가 열렸습니다. 11월 5일부터 9일까지 경기 가평군 데상트야구장에서 열린 '양준혁 전국 초등학교 야구대회'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번 대회는 전국 초등학교 야구단 24개 팀이 출전했고 800여 명의 선수와 학부모들이 참석했습니다.


■ 초등학교 야구, 프로야구의 초석, 꿈나무 육성 위한 환경 조성 필요


경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가 있었습니다. 2010년 '양신'으로 불리며 한국 프로야구사의 한 획을 긋고 은퇴한 양준혁입니다. 그는 이후 양준혁 야구재단을 운영하며 프로야구 육성과 저소득층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자선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양준혁 야구재단의 이사장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를 만나봤습니다.


양준혁


양준혁 이사장은 은퇴 후에도 야구 해설과 강연, 야구대회 준비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이들을 좋아하느냐"는 말에 "원래도 순수한 동심을 좋아했지만 요즘은 아이들을 보면 더 예뻐요. 주변에서 아이들이 예쁘면 결혼할 때라는데, 어디 참한 분 없나요"라며 익살스럽게 답했습니다.


그가 야구재단 설립을 결심하게 된 것은 2010년 9월 야구선수로서의 마지막 경기를 하고 나서였습니다. 은퇴 경기로 생긴 수입을 뜻깊게 쓰고 싶었던 그는 그해 전국 고교 60여 개 팀이 참가하는 청소년 야구대회를 열었습니다. 열띤 경기를 펼치며 순수하게 미소 짓는 아이들을 보며 양 씨는 이들의 꿈을 키워줄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야구선수 양준혁 인생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올해로 설립된 지 5년째인 양준혁 야구재단은 멘토리야구단 운영, 클럽 장비 지원 및 장학 지원사업, 자선경기, 야구캠프 등 야구를 통해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양준혁 전국 초등학교 야구대회는 제1회로 그 의미가 각별합니다. 초등학교 야구대회를 개최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그에게 물었습니다.


초등학교 야구 저변이 생각보다 많이 열악해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프로야구의 첫 기반을 다지는 때가 초등학교 시절이거든요. 야구 꿈나무인 아이들에게 꿈을 펼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었어요.


그 자신도 초등학교 야구부 출신으로 초등학생 시절부터 야구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취미로 야구를 즐기는 '리틀야구단'이 초등학교 야구의 주를 이루고 야구선수로 꿈을 키우는 초등학교 야구부는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사실 초등학교 야구부 선수가 프로야구에 진출하는 비율이 95%가량 되지만 그에 비해 기반 환경이 많이 열악한 편입니다. 따라서 그는 생활체육과 야구 인재 육성이 함께 잘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이들이 리틀야구단 등에서 생활체육을 즐기게 됐다는 것은 참 좋은 현상이에요. 그런데 야구 꿈나무를 키우는 데도 저희가 같이 신경을 써야 해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엘리트만 키워주고 나머지는 낙오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야구라는 게 누구 하나 잘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팀 전체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야구 꿈나무 육성을 위한 저변 확대 계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른들의 '정성', 제가 앞장설 겁니다


양 이사장은 또 모든 아이들이 동등하게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 저소득층 또는 부모가 없는 어린이, 북한이탈주민 자녀들을 대상으로 멘토리야구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멘토리야구단은 2011년 처음으로 서울에서 창단한 뒤 현재 전국에 모두 6개 팀이 운영되고 있으며 120여 명의 학생이 소속돼 있습니다. 멘토리야구단 학생들은 매주 야구 레슨을 받고 정기적으로 멘토리 합동 훈련, 체험학습 등을 하며 야구선수로서의 꿈뿐 아니라 멘토들의 조언을 들으며 새로운 꿈을 키웁니다.


양준혁


그는 멘토리야구단 활동으로 밝아진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또한 사람을 만드는 것은 '정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속적인 후원으로 아이들이 꿈을 찾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이 되게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양준혁 야구재단은 초등학교 야구대회와 멘토리야구단 운영 외에도 후원자들의 참여를 돕는 자선 야구대회, 자선 골프대회 등의 행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자선사업이다 보니 후원의 손길도 필요할 것 같다는 말에 그는 "맞아요, 제가 운영하는 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요. 기업과 개인들도 저희 재단에 후원해주시지만, 대다수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부를 해외에 많이 하더라고요. 국내에 있는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문득 가는 길이 쉽지 않은 자선사업을 하는 그에게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제 사명인 것 같아요.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야구선수 생활을 했고 은퇴를 했으니, 이제 프로야구의 풀뿌리가 되는 일을 제가 앞장서서 해야 하지 않겠어요?


양준혁 이사장이 물을 주고 키우는 꿈나무들이 거목으로 자라 형성할 울창한 숲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양신 양준혁이 이번에도 야구 꿈나무 육성이란 홈런을 훌륭하게 쳐 낼 것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