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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5월의 어느 날, 연평도민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꽃게잡이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보통의 섬마을과 다를 게 없는 일상이지만 연평도민들의 표정은 사뭇 새로웠습니다.


연평도


그도 그럴 것이 11년 만에 조성된 남북 평화 분위기는 늘 안고 있던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내주는 듯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연평도에 평화가 찾아오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옛 상처를 지우고 평화를 꿈꾸는 연평도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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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에서 나고 자란 김경희 씨는 “한시름 놓았다”며 정상회담 이전과 달라진 마음 상태를 전했습니다. 지난날의 상흔은 여전히 안고 있었지만,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역력했습니다.


김 씨는 1999년 6월, 2002년 6월 두 차례의 연평해전과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을 모두 겪었습니다. 특히 민간을 상대로 한 첫 군사 공격, 연평도 포격 때는 집 바로 뒤편으로 포탄이 날아들어 집이 두 동강 났습니다. 잡은 꽃게를 저장해둔 창고는 정전이 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습니다. 90대 노모는 그날 이후로 불안에 떨지 않은 날이 없다고 했습니다.


집 안 한편에 꾸려놓은 피난 보따리를 풀어도 되겠다는 주민도 있었습니다.


그날은 지울 수 없는 상처예요. 마을 곳곳에 아직 정리되지 않은 포격 흔적들이 남아 있는 걸 보면 ‘언제 또 포탄이 날아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죠. 훈련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쿵 내려앉아요. 만일을 대비해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보따리를 준비해뒀는데 이제 풀어도 되는 때가 오는 걸까요.”


연평도

(사진=한 군인이 인천행 배에 오르는 주민들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C영상미디어)


대다수 어민들은 자유로운 조업활동을 염원하고 있습니다. 연평도는 접경지역인 탓에 정해진 구역에서만 조업을 할 수 있고 일출과 일몰 이후에는 금지됩니다. 이번 정상회담이 어장 확장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연평도민 성도경 씨는 “그동안 연평도 주변 바다가 중국 어선들로부터 유린당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불안과 규제 속에서 슬프게 살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공동어로구역이 실제로 조성된다면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평화 무드가 쭉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일시적인 분위기 전환에 그치지 않을까, 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신 모 씨는 “평화 분위기가 조성된 건 환영할 일이지만 어느 순간 없던 일이 될까 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며 “연평도가 더 이상 한반도의 화약고로 대표되지 않도록 남북이 잘 풀어나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은 2018 남북정상회담 생중계를 시청하던 그날을 “박수 쳤고 환호했다. 그리고 기대와 희망을 품게 됐다”고 회상했습니다.


우리 어민들은 참 힘겹게 살아왔어요. 야간조업은 불가능하고, 불법조업에 대한 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니까요. 우리는 NLL에 가서 고기 한 번 마음껏 잡아보는 게 소원인데, 중국 어선들이 해역을 황폐화시키는 걸 바라보며 가슴 아프고 기가 막혔어요. 앞으로 NLL 일대의 평화수역 논의가 있을 거라고 하니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연평도

(사진=ⓒ박태원)


박태원 계장에 따르면 연평도는 10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어업 관련 종사자입니다. 그렇다 보니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위해서도 어업권 보장이 더욱 체계화됐으면 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제 시작점에 섰다고 생각해요. 거쳐야 할 과정도 많고, 섣부른 기대가 물거품이 됐던 과거도 있고요. 그래도 서해 5도 주민의 오랜 소망이 이번 회담에 반영된 건 분명해요. 이번 정상회담이 우리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되고, 긴장의 수역이었던 이곳이 평화의 수역으로 바뀌는 날을 기대해봅니다.”라고 부푼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곳 주민들의 염원처럼 남북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고, 평화의 섬 ‘연평도’가 되기를 조심스레 꿈꿔봅니다.




Posted by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