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소통하는 정부, 국민 중심의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낮은 문턱과 부처간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과 예술, 혹은 서로 다른 산업 간의 협업이 일으키는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는 콜라보레이션이 정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도 이뤄지고 있어요.
화학안전관련 합동 방재센터가 설립되고, 화학물질포털서비스를 통해 환경부, 고용노동부, 소방방재청, 산업통상자원부, 농촌진흥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화학물질 정보들이 통합된 것은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대표적인 업무효율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11개 부처에서 별도로 운영해오던 정부 콜센터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과천으로 이전하며 하나로 통합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공무원 48명, 상담사 371명 등 총 419명의 전담인력이 연간 600만 여건에 달하는 정부 민원을 한 자리에서 효율적으로 전화상담하게 되었지요.
정부가 새로운 정부운영 패러다임으로 삼고 있는 정부3.0이란 형식에 있어 정부와 국민 간의 정보 흐름이 ‘양방향, 개인 맞춤형 정보제공’이란 틀을 가지며, 내용에 있어서는 개방·공유·협력·소통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정부 3.0 시대는 정부와 개인 간에 쌍방으로 정보가 오가는 것은 물론 모바일로 국민 개개인의 손에 정보가 전달되고, 개인 맞춤형으로 행정
정보가 제공됩니다.
정부 3.0시대는 새로운 형식과 개방·공유·협력·소통을 핵심 가치로 ‘국민 중심의 서비스 정부’, ‘일 잘하는 유능한 정부’, ‘소통하는 투명한 정부’를 지향점으로 갖고 있습니다. 국민 중심 서비스 정보의 5가지 요건을 통해 실제 정책에 어떤 방향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투명한 정보 | 공개 정보는 청구 없이 인터넷 열람이 가능해요
정보공개청구권은 법률이 보장한 국민의 권리입니다.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이죠. 그러나 실제로 정보공개
청구를 활용하는 건 쉽지 않아요. 원하는 정보를 다 얻을 수도 없거니와 절차도 복잡했기 때문이입니다. 투명한 행정을 위해서는 정보를 가진 공공기관이 더 능동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정부3.0 시대를 맞아 정보공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늘고 있는데요. 정보공개 청구는 쉽게 하고, 공개정보의 범위는 확대하는 게 큰 흐름입니다.
안전행정부는 지난 8월 6일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보유한 모든 공개대상 정보는 청구하지 않아도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열람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개정·공포했습니다. 기존에는 공개 대상 정보의 목록만 확인할 수 있었고, 원하는 정보를 받으려면 공개를 요청한 뒤 전자메일 등으로 내용을 받아야 했습니다. 게다가 요청을 해도 열람 이유나 목적을 묻거나 자료 제공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아 말뿐인 청구제도라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공개하기로 한 모든 정보는 별도의 청구 절차 없이 언제든 찾아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습니다.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년 3월 1일부터 시행하는데, 정보공개 시스템을 통해 언제든지 조회·열람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정보 공개를 청구한 지 20일이 지나도 공개 결정이 없을 때는 이의 신청이나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의 불복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청구권을 강화했습니다.
지금까지는 20일 이내에 공개 결정이 나지 않으면 비공개 결정으로 간주했는데, 앞으로 이의 신청이 들어오면 정보공개심의위원회는 의무적으로 회의를 열어야 합니다. 공무원이 정보 공개를 하면서 신분상 불이익을 받거나 근무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했습니다. 담당 공무원이 정보공개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예요.
행복을 주는 정부 | ‘민원24’앱 통해 증명서 신청하고 가까운 주민센터에서 수령
안전행정부는 지난 5월부터 주민등록증 분실신고, 대학성적·졸업증명서 신청 등 20종의 모바일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민원서류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이용자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간편하게 민원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요. 지난 7월부터는 전입신고, 사업자등록 증명, 소득금액 증명 등 14종의 민원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개편된 ‘민원24’ 앱은 ‘자주 찾는 민원’과 ‘테마별 민원’으로 구분되어 있어요. 전입신고, 건축물대장, 토지(임야)대장, 공동·개별주택가격 확인, 출입국 사실증명, 병적증명서 열람 등 국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 8종을 메인 화면에 배치했어요.
또 ‘테마별 민원’에는 주민등록, 부동산·자동차, 세금, 여권·병역·장애, 대학·취업 등 일상생활 중심의 5개 테마별로 모두 34종의 민원서비스를 제공해요. 모바일 서비스의 보안 강화를 위해 바이러스 백신을 설치하고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하도록 했으며, 주민번호·여권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피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보안 키패드를 적용했어요.
2014년부터는 본인과 관련된 생활민원정보(과태료·미환급금·건강검진일·운전면허갱신일 등)도 스마트폰을 통해 제공할 계획이에요. 정부 3.0 정책에서 민원서비스가 간소화 되어 국민이 한층 편리하게 관공서 일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신뢰받는 정부 | 안심하고 이용하는 응급 네트워크
지난해 9월부터 대구시는 대형병원 응급실에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을 개선해보자는 취지에서 응급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경북대병원이나 계명대 동산의료원을 찾은 응급환자가 치료받은 후 응급의료 네트워크 협력병원 중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2차병원으로 옮겨가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급성 중증 치료를 받은 후 안정되었거나 너무 오래 응급실에 체류한 환자, 장기간 관찰이 필요한 환자들이 주요 대상이에요.
단순히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검사 결과를 보내고 환자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등 치료의 지속성을 확보하도록 했습니다. 이를 위해 각 병원에 응급의료 네트워크 전담 코디네이터를 고용했는데요. 환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대구세이프넷’이라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개인정보 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환자를 협력병원으로 옮기기 시작한 지난해 11월에는 응급의료 네트워크 이용이 53건에 불과했는데, 지난 7월에는 191건으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시행 초반에는 환자들의 불만이 예상됐지만 2차 의료기관으로 옮기면 환자도 쾌적한 병실에서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오히려 만족도가 높아졌습니다.
효율적인 정부 | 운전면허 신체검사가 편리해 졌어요
예전에는 면허시험장 지하에 있는 신체검사장으로 내려가 20~30분의 대기 시간을 거쳐 별도로 시력 검사를 한 후 그 결과가 나오는 걸 기다린 후에야 갱신이 가능했어요. 하지만 지난 8월 1일부터 별도로 신체검사를 받지 않아도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 시행령이 개정되었습니다. 안전행정부·보건복지부·경찰청·국민건강보험공단·도로교통공단 등 5개 기관은 협업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건강검진 정보를 최초로 공동 이용, 별도 신체검사 없이도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어요.
해마다 운전 면허를 신규 취득하거나 면허증을 갱신하는 국민은 총 300만명(신규 140만명, 갱신 160만명)에 달해요. 이들은 면허 신규 취득이나 갱신을 위해 개별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건강검진 결과서를 제출하거나, 면허시험장에서 4천원을 지불하고 시력·청력 검사를 받아야 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최근 2년 내 시행한 건강검진 결과 중 시력과 청력 정보 이용에 동의하면, 경찰서 또는 운전면허시험장 직원이 행정정보 공동이용 시스템을 통해 건강검진 정보(시력·청력)를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건강검진 결과서를 별도로 제출하거나 면허시험장에서 신체검사를 따로 받을 필요가 없어졌어요.
안행부에 따르면 이번 제도 시행에 따라 연간 약 300만명의 국민이 혜택을 받고 신체검사비와 필요 서류 등 약 161억원에 달하는 비용까지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전체 국민의 56%에 해당하는 2,800만명(2012년 12월31일 기준)의 운전면허 소지자가 지속적으로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업 돕는 정부 | 공공데이터 활용으로 국민 편의가 더 좋아져
SK플래닛의 티맵은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를 통해 수익은 물론 기타 성과를 낸 좋은 사례입니다. 지난해 5월 처음 시작한 실시간 대중교통 서비스 덕분에 티맵은 세 달 만에 가
입자 수가 500만명에서 560만명으로 늘었습니다. 티맵이 제공하는 ‘서울시 주요도로 CCTV 정보’도 SK플래닛이 경찰청으로부터 제공받은 공공데이터예요. 서울시 주요 도로 271개소의 도로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경찰청의 CCTV 영상정보를 받아 가공해 서비스해요.
자동차 운전자에게 근처 주유소의 기름 가격이 얼마인지 알려주는 티맵의 유가정보 서비스는 한국석유공사의 공공데이터를 활용해요.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 사이트에서 전국 유가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알려주는 거예요. 티맵을 실행하자 지도 근처에 있는 주유소의 위치와 기름 가격이 화면에 표시됐어요.
티맵에 활용되는 공공데이터는 SK플래닛이 지자체·경찰청·한국석유공사 등과 협의해 제공받은 거예요. 공공데이터의 활용 목적이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협약을 맺는 방식이죠. 비용을 직접 지불하기보다는 각자 필요한 무형의 데이터를 서로 맞바꾸는 방식으로 협약을 맺어요. 예컨대 SK플래닛은 공공데이터를 제공받는 대신 지자체에서 필요로 하는 다른 정보를 제공키로 했어요.
공공데이터의 활용폭 확대는 각종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에 새로운 기회이기도 합니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와 제공받은 공공데이터를 잘 섞으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공공기관은 공공데이터를 만드는 좋은 인프라가 있고 기업은 이를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공공데이터가 잘 활용되기 위해서는 제공하는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공공데이터는 창조경제로 연결될 수 있는 여지가 크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소규모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공공기관에 어떤 데이터가 있는지 널리 알리면서 이를 다양한 서비스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