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위한 즐거운 여행사 ‘어뮤즈트래블’ 오서연 대표
“착한 여행을 생각하다가 착한 사업으로 키웠어요”
보지도 듣지도, 손발을 자유롭게 움직이지도 못하는 우리 주변의 장애인들에게 삶의 활력과 즐거움을 선물하고 있는 젊은 벤처기업이 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여행’을 세상에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는 어뮤즈트래블이 그 주인공이지요.
(사진=어뮤즈트래블 오연서 대표, c영상미디어 제공)
어뮤즈트래블은 자유로운 여행이 쉽지 않은 사회적 약자, 특히 장애인에게 맞는 합리적이고 편리한 여행 플랫폼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여행 벤처입니다. 1년 전인 2016년 10월 세상에 태어난 오뮤즈트래블은 여행업계에서 ‘착한 여행사’로 불립니다. 오서연 대표는 ‘사회적 기업’ 또는 ‘착한 기업’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조금 쑥스럽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웃었습니다. 그는 “관심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뿐”이라며 “장애인 여행은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합리적인 사업”이라고 했습니다.
오 대표는 “어뮤즈트래블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여행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착한 여행, 착한 사업으로 바라봐주는 점은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사회적 기업이라는 틀 속에서 바라보는 것은 조금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기업이라 하면 누군가로부터 많은 지원과 혜택을 받아 비영리로 운영되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큰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구성원 모두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이 많고, 또 사회적인 요구가 확실한 시장이기 때문에 시작한 사업입니다. 우리는 합리적인 가격과 서비스라면 장애인도 좋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합리적 구조의 여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실한 고객의 요구와 분명한 시장, 여기에 합리적 가격이 어우러져 있다는 점에서 누군가에게서 지원을 받아 비영리 성격으로 운영되는 일반적 의미의 사회적 기업과는 차별성이 있지요.
남들이 안 하는 영역에 도전
오서연 대표는 장애인 여행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세상에 내놓은 어뮤즈트래블을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것일까요.
그는 “봉사활동 중 우연한 기회에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됐다”며 “우리 사회 속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되면서 장애인 여행을 구상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오 대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전신을 움직이지 못해 화장실조차 가기 힘든 전신 장애인들이 있습니다. 2011년쯤 전신 장애인의 생활과 이동을 도와주기 위해 밤에 이들과 함께 잠자는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이때 봉사활동을 같이하던 친구가 이 전신 장애인들과 함께 ‘여행을 한 번 가볼 수 있다면 삶에 대해 뭔가 느껴볼 수 있고 또 스트레스 해소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오 대표는 이 이야기를 듣게 된 후부터 장애인 여행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는 “여행이 장애인에게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이후 이와 관련된 시장조사를 하게 됐다”고 했는데요. 그렇게 시작한 시장조사를 통해 오 대표는 장애인이 실제로 여행을 떠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때부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구상했지요. 그는 “여행에 대한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의 욕구는 강한데, 시장에는 마땅한 상품과 서비스가 없는 게 현실이었다”며 “그래서 장애인도 즐겁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생각을 비즈니스로 구상해 실행하게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시장조사를 거치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기획을 통해 2016년 10월 장애인 여행에 특화된 어뮤즈트래블이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사실 장애인이 낯선 곳을 여행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쉽지 않은 장애인의 여행을 어뮤즈트래블은 어떻게 즐거운 여행으로 풀어내고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오 대표는 “호스트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호스트 시스템은 일종의 공유경제 모델입니다. 여행 현장에서 장애인의 활동보조자 역할과 함께 가이드 역할까지 해주는 이들이 호스트라고 오 대표는 말했습니다. 오 대표는 어뮤즈트래블이 만들어낸 호스트 시스템을 좀 더 설명했습니다.
호스트는 여행 상품 운영자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장애인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호텔과 렌트카, 차량 운전사와 기사, 가이드 등 장애인 여행을 위한 파트너와 인프라를 어뮤즈트래블이 구축합니다. 이렇게 구축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저희가 여행을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만들어줍니다. 우리가 기획한 장애인 여행 상품을 호스트가 현장에서 장애인을 위해 운영하는 구조입니다.
모든 장애인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 상당수는 사회적 약자로 불리고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비교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도 못한 것이 현실이지요. 이런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 어뮤즈트래블의 주요 고객입니다. 하지만 매출을 올리고 수익을 내야만 기업은 유지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 주고객인 어뮤즈트래블은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오 대표는 “불합리하거나 폭리를 취하지 않고 합리적 가격으로 비장애인의 여행에 버금가는 장애인을 위한 여행을 제공할 수 있다면 이것을 통해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며 “이 점에서 많지는 않지만 분명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오 대표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보여주는 여행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고객의 수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우리나라에 장애인이 250만 명 정도인데, 이 중 1%인 2만 5000명만 잡아도 크지는 않지만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오 대표는 “남들이 하지 않는 영역에서 관심도 크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할 때 고유한 가치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장애인 여행은 스타트업인 어뮤즈트래블이 할 수 있는 합리적 선택”이라고 했습니다.
큰 만족도만큼 관심과 의지 함께 커져
(사진=어뮤즈트래블 직원들, c영상미디어 제공)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1년이 흘렀습니다. 오서연 대표를 포함해 처음 세 명으로 출발했던 어뮤즈트래블의 구성원은 현재 일곱 명으로 늘어났지요. 착한 스타트업으로 시장의 이목을 키우고 있는 것만큼 외적인 성장도 함께 일구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1억 원에 조금 못 미쳤던 거래액이 올해는 9월까지 이미 2억 4000만 원에 이르고 있는데요. 연말이 되면 거래액을 기준으로 4억 원의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서연 대표는 36세에 어뮤즈트래블을 창업했습니다. 사실 30대 중반에 단행한 스타트업 창업은 20대들의 창업보다 두려움과 고민이 더 깊을 수밖에 없는데요. 오 대표는 “당연히 두려움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 있었고, 그 일에 대한 가능성과 확신이 있었기에 도전했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만족도가 크다고 했습니다. 만족감이 커지는 만큼 일에 대한 관심과 의지 역시 함께 더욱 커지고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인터뷰 끝 무렵 오 대표는 “여행은 비장애인에게 장애인을 알아가는 통로가 되고, 반대로 장애인은 비장애인을 향해 굳게 닫아놓았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돼준다”며 장애인 여행이 가진 의미를 말했다. 벤처기업 어뮤즈트래블은 오늘도 누구나 즐겁고 행복해지는 여행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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