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첫 여성 대변인 최현수
“대변인의 특종은 국민 원하는 정보 진솔하게 알리는 것”
(최현수 대변인, C영상미디어 제공)
국방부 첫 여성 대변인이 탄생했습니다. 국내 첫 여성 군사 전문기자로 활동했던 최현수(57) 전 국민일보 부국장이 그 주인공인데요. 최 대변인은 지난 12월 11일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한 첫 브리핑에서 “앞으로 국방부 대변인으로서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또 국민들에게 국방부가 보다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사실에 입각해 우리 군의 소식을 알려드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최현수 대변인의 첫 브리핑은 국방부가 2018년부터 기존의 장교 합동임관식을 각 학교별 졸업과 임관식으로 개선하는 내용, 한반도와 일본 인근 해역에서 한·미·일 미사일 경보훈련을 실시한다는 소식 등을 담고 있습니다.
대변인 임명 이후 <위클리 공감>과 처음으로 만난 최 대변인은 “국방TV의 시사토론 프로그램 ‘국방 포커스’를 6년 동안 진행해 카메라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는데, 첫 브리핑 때 몇 시간 전까지 동료였던 기자들의 진지한 얼굴들을 대하니 엄청 긴장되더라”고 했습니다. 그는 “국방부 브리핑룸은 군사 전문가 수준의 기자들이 치열한 문제의식을 갖고 전투적으로 으르렁대는 사파리를 방불케 한다”면서 “앞으로 브리핑 때마다 식은땀깨나 흘릴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최 대변인이 내민 명함의 영문 직함 표기가 ‘Spokesman(남성대변인)’에서 ‘Spokesperson(대변인)’으로 달라진 것에서 국방부 첫 여성 대변인의 탄생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제가 근무했던 국방부 기자실 책상과 대변인석까지 불과 10미터 거리”라며 “군과 언론의 가교 역할을 하는 대변인이라는 책무가 넓게 보면 국방부의 역할이나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는 기자의 일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한국의 헬렌 토머스’ 별명
기자 경력 30년에 군사 전문기자만도 9년 차인 최현수 대변인은 기자 시절 ‘한국의 헬렌 토머스’로 불렸습니다. 헬렌 토머스는 50년(1960~2010)간 10명의 대통령을 취재한 미국의 최장수 백악관 출입기자입니다. 토머스가 90세까지 기자실을 지켰던 것처럼, 최 대변인은 60여 명의 국방부 등록기자 중 가장 나이가 많지요. 언제나 백악관 맨 앞줄에 앉은 여성 기자였던 토머스처럼 최 대변인은 ‘남초(男超)’인 국방부 브리핑룸 맨 앞줄을 15년 동안 지켰다. 지금까지 여성 군사 전문기자는 그가 유일했습니다.
1988년 국민일보 창간 멤버로 입사해 국제부와 사회부, 생활과학부, 정치부를 두루 거친 후 2002년 여성 기자로는 처음으로 국방부 상주 출입기자가 되었습니다. 신문사 데스크는 국방부 출입을 원하는 최현수 기자를 두고 회의를 거듭하다 “일단 내보냈다가 ‘사고’를 치면 불러들이자”며 출입기자 발령을 냈고, 당시 김동신 국방부 장관은 “창군 이래 처음으로 오는 여기자인데 국방부에 플래카드라도 걸어드릴까”라고 농담을 할 정도로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지요.
최 대변인은 국방부 출입 첫해 정말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2002년 당시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던 리언 라포트 사령관을 단독으로 인터뷰했던 것인데요. 국내 언론이 주한미군사령관을 인터뷰한 것은 수십 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그는 국방대 안보 과정을 수료한 뒤 1년간 국방부 출입을 지속하다 경제부와 탐사기획팀장 등을 지낸 후 2009년 국내 첫 여성 군사 전문기자로 국방부에 복귀했습니다.
관록과 전문성으로 무장한 최현수 전문기자는 굵직한 특종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2004년 ‘주한 미2사단 스트라이커여단 전환’ 보도에 이어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이 터졌을 때 ‘천안함 연돌에서 RDX 발견’, ‘한글이 새겨진 어뢰 추진체 발견’ 등 단독 기사를 썼습니다. 당시 발굴한 특종 덕에 2011년 최은희 여기자상과 올해의 여기자상도 받았지요. 국방대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그의 칼럼은 지금도 각 군 사관학교 수업시간에 활용되곤 합니다.
최 대변인은 “2002년만 해도 군대 경험이 없는 여성 기자가 국방을 취재한다는 것은 금기였다”며 “직접 해보니 독특한 군사 용어나 작전 개념, 복잡한 무기체계 등은 낯설어서 따로 공부했지만 유독 어려운 취재처는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최 대변인은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여군이 1만 명을 넘고, 정부 부처 가운데 국방부의 여성인력 비율이 46%를 넘어서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최 대변인은 “국방부는 통념상 군사 분야라는 진입장벽이 있어 남성 중심의 정부 부처로 인식돼왔다”면서 “하지만 국방부 내에서 전문성을 갖고 역량을 평가받은 분들 덕분에 국방부 여성 대변인이라는 영역까지 여성이 진출할 수 있었고, 나는 그분들의 전문성이란 벽돌 위에 또 하나의 벽돌을 올린 것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최 대변인은 국방 분야의 ‘여성 1호’ 타이틀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는 유균혜 계획예산관, 청와대 국가안보실 파견 조경자 국장, 국방정책실 백경희 인적자원개발과장 등을 그 예로 들었는데요. 최 대변인은 “전쟁 양상의 변화와 병력자원 ‘절벽 현상’으로 여군 활동 범위가 정책, 정보, 홍보 분야 등에서 더 넓어질 것”이라며 “국방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여군 스스로 치열하게 전문성을 기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의 관심병사 재교육을 여군들이 어머니나 누나 같은 마음으로 보듬어가면서 독하게 훈련시키는 것을 인상깊게 들은 적이 있다”며 “우리 장병들의 생활이나 삶, 인생 진로도 어머니와 누나의 마음으로 보듬어줄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10월 전 해군 대령이 직속 부하 성폭행 혐의로 구속돼 군사법원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피해자인 여군 대위가 자살한 육군 15사단 오혜란 대위 사건의 재판이었다. 최 대변인은 “그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남의 일 같지 않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그는 “우선 성폭력이 한 사람의 인생을 처절하게 파괴한다는 점을 우리 지휘관들은 철저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군은 극한 상황에서 일체화된 전투 의식이 필요해 양성 평등의식이 어느 곳보다 요구된다”고 말했습니다.
군, 양성 평등의식 절대적으로 필요
최 대변인은 한·미·일 공조에 대해 “엊그제 브리핑 때 한·미·일 미사일 경보훈련을 한 것처럼, 현재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대해 한·미·일 3국 간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위협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가 순항하는 것은 우리 군의 대응이 허술하지 않다는 국민들의 신뢰가 밑바탕에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최 대변인은 지난 7월 <한반도에 사드를 끌어들인 북한 미사일>(공저)을 출간했습니다. 북한 미사일을 중심으로 세계 미사일 현황과 미사일의 역사, 미사일 구동 원리 등을 다룬 ‘미사일 백과사전’입니다. 최 대변인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입장은 확고합니다. 그는 “사드는 국방부가 들여온 무기체계가 아니라 주한미군이 반입한 것으로, 반입의 원인이 제거되면 사드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되는 것”이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때문에 사드가 한반도에 들어왔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빠르게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과 주한미군의 안전 확보를 위해 방어무기인 사드의 유용성과 필요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습니다.
최현수 대변인은 “국방부는 합동참모본부, 육·해·공, 해병대 등 각 군 조직뿐만 아니라 병사들의 병영생활부터 무기체계 획득까지 ‘작은 정부’라고 할 만큼 범위가 넓어 눈코 뜰 새 없는 대변인 생활이 될 것 같다”며 “이곳에서 기자 때처럼 ‘물을 먹지’ 않는 특종 대변인이 되려면, 국민들이 원하는 정보를 진솔하게 알려드리는 게 최선일 것 같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