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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산악인 엄홍길, 불가능이 가능이 되는 에베레스트

내 인생의 한 컷

 

 

불가능이 가능이 되는 에베레스트. 산악인 엄홍길이 경험한 에베레스트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위클리 공감 홈페이지에서 기사 원문 자세히 보기

 

 

 

산악인이라는 이름을 갖고 살면서 내가 가장 많이 오른 산은 에베레스트다.

 

처음 히말라야에 도전한 것은 1985년 겨울이었다. 에베레스트 8000m 고지에 도전했는데, 실패했다. 다음 해인 1986년 두 번째 도전 역시 실패. 그땐 함께 산을 오르던 현지 셰르파를 잃는 경험까지 하게 되어 더욱 힘든 시간이었다. 7500m 지점에서 추락하는 그를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암담했다.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경험은 산악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순간이라 극복해야 했지만, 당시 나에게 에베레스트는 높고 멀게만 느껴지는 존재였다.

 
내 생애 첫 에베레스트 등정 성공은 1988년이었다. 세 번째 도전 만에 꿈이 이뤄졌다. 그해 우리나라에서는 올림픽이 열렸다. 세계적인 행사인 서울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태극기를 가슴에 품고 도전했다. 몇 번의 실패 이후에 맞게 된 등정 성공은 내 인생의 획을 바꿔주는 중요한 경험이기도 했다.


그 성공을 시작으로 2007년 5월 31일, 히말라야 16좌 등반에 성공할 때까지 꾸준히 에베레스트에 올랐다. 그날은 내 평생 꿈이 이루어진 날이기도 하다. 히말라야 등반사에서 중요한 획을 긋는 기록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사진은 두 번째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2002년에 촬영한 사진이다. 한일월드컵이 열리던 해,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의미로 산에 올랐다. 함께 산을 오른 네 명은 중도 누락자 없이 모두 정상에 오르는 데 성공했고 무사히 귀국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벅찬 감동을 공유한 우리는 함께 경기장을 찾아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4강 진출이라는 기록을 남겼던 월드컵에 에베레스트의 기운이 전해진 것이 아닐까, 기분 좋은 생각도 해본다.


세 번째 등정 성공은 다음 해인 2003년, 에베레스트 초동 등반 50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도전이었다. 영국의 존 헌트가 이끄는 원정대의 에드먼드 힐러리와 텐징 노르가이가 1953년 등반에 성공한 것으로 에베레스트 등반의 역사가 시작됐다.


2006년 휴먼원정대와 함께 후배 산악인인 고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수습했던 곳도 에베레스트다. TV 다큐멘터리와 영화 ‘히말라야’로도 소개가 되어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 내 인생의 히말라야 등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순간이다.


돌아보니 1988 서울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 에베레스트 초동 등반 50주년 등 역사적인 기념일에 에베레스트 도전에 성공했다. 곧 열릴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는 에베레스트 등정 대신 의정부에서 성화 봉송 주자가 되는 것으로 응원의 마음을 대신할 예정이지만,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을 때와 똑같은 에너지와 감동, 기운을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 특히 혼신의 힘을 다해서 메달의 꿈을 꾸고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을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이 마음이 전해지길 바란다. 자신의 목표와 꿈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불가능한 일이 현실이 된다.

 

히말라야 16좌 등반 성공이라는 꿈 이후 내게 새롭게 생긴 제2의 인생 꿈은 엄홍길 휴먼재단을 통해 진행 중이다. 히말라야 16좌에 오른 것을 기념으로 네팔에 16개의 학교를 짓는 것을 목표로 세웠는데, 현재 12개 학교를 완공한 상태다. 올해 15번째 학교가 준공된다. 학교가 멋지고 아름답게  지어져서 나의 두 번째 인생 꿈도 잘 이뤄졌으면 싶다.

 


엄홍길│산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