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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행

한국전쟁 마지막 승전지, 화천 425 고지를 가다

한국전쟁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종전이 아니라 전쟁이 멈춘 정전 상태인 것이죠.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입니다. 정전60주년을 맞아 세계 각국에서 다채로운 기념 행사가 펼쳐졌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직접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비 기념공원에서 열리는 정전 기념식에 참석한다는 뉴스도 시선을 끕니다. 폐허 속에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이는 평화를 위해 자신의 신념과 영혼을 바친 세계 각국의 참전용사들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이루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화천 425고지 고지전은 정전협정을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벌어진 마지막 전투입니다. 우리 국군의 6·25전쟁 마지막 승전이기도 하고요. 425고지는 강원도 화천군 북방 철책선 1.2km 앞 비무장지대(DMZ)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425미터의 아담한 동산으로 현재 칠성전망대 정면에서 바라보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에요. 고지는 높이가 425m에 불과해 주위 고지에 비하면 작은 동산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고지가 중요한 점은 근처의 화천댐 때문입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주요 전력 공급원인 화천댐에 이르는 요충지였습니다.


화천 425 고지


  전력 요지인 화천댐을 사수하기 위한 최후의 고지전


정전협정을 앞두고 남한과 북한은 그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도 화천발전소의 중요성을 인식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때문에 발전소 절대 사수를 지시하고 7월 19일 2군단 사령부를 직접 방문해 독려했습니다.이곳이 적의 수중에 떨어질 경우 아군은 화천 북쪽 방어선에서 크게 물러날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별우지구를 중심으로 하는 금성천 방어선은 작전상 절대적인 최후의 보루였습니다.


특히 425고지는 별우지구를 서쪽에서 지켜주는 동시에 국군 8연대 주저항선의 주봉인 602고지의 동쪽 능선을 맡고 있는 요새로 절대 사수해야 할 중요한 고지였습니다. 중공군 135사단은 전략고지인 425고지를 탈취하기 위해 특유의 인해전술을 펼치는 등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이에 대항한 국군의 호국영웅이 바로 7사단 8연대 1대대 1중대장이었던 김한준 대위입니다. 김 대위는 60밀리미터 박격포를 이용해 1개 중대 병력으로 중공군 1개 대대를 섬멸하는 빛나는 전공을 세우며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지요.


화천 425 고지


  휴전선을 38선으로부터 35km나 북상시킨 화천 425 고지 전투 


격렬한 전투에 그는 그만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가 의식을 회복한 때는 중공군이 방어선을 넘지 못하고 425고지를 포기한 뒤였습니다. 196명 중대원들의 굳건한 의지와 단결로 사흘간에 걸친 최후의 격전에서 마침내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이 전투로 사망한 중공군 전사자는 수백명에 달합니다. 기록마다 다르지만 적게는 400여 명부터 많게는 무려 950명에 이릅니다. 생포자도 30여 명이나 되고요.


안타깝게도 아군 희생도 적지 않았습니다. 치열한 전투 속에서 160여 명이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승리로 국군은 화천댐을 사수하고 휴전선을 38선으로부터 35km나 북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6·25전쟁 마지막 전투를 승리로 이끈 김한준 대위에게 직접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했습니다. 하지만 전투는 승리했지만 전쟁은 냉정했습니다. 피와 희생으로 지킨 425고지는 정전협정 결과 그만 남북으로 갈리고 말았습니다.


군사분계선이 고지의 중앙을 가르며 그날의 승리가 반쪽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냉혹한 현실 앞에 고지를 사수했던 국군병사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고지에서 내려왔다고 전해집니다. 한편 김 대위는 1956년 대위로 예편해 지난해 4월 29일 노환으로 별세했습니다. 육군은 예비역 대위로는 처음으로 장례를 육군장으로 엄수해 425고지 전투의 영웅인 김 대위의 공적을 기렸습니다.


정전협정 60주년을 일주일여 앞둔 현재 화천 425고지에는 당시 치열했던 전투 흔적은 모두 사라지고, 짙푸른 숲과 분계선만이 남아 그날의 ‘고지전’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그날의 기억은 기록이 되고, 또 기록은 감동이 되어 지난 2011년 영화 <고지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정전 60주년, 전쟁 이후의 세대가 많아지면서 전쟁의 아픔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은 이제 손을 꼽을 만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최후의 분단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평화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정전이 평화로 거듭날 때까지 우리모두 평화의 의지를 꺼트려서는 안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