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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행

음식을 함께 나누는 기쁨, 미리내 가게에서 누려~

많은 사람들이 기부는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기부대열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미리내 가게는 말 그대로, 누군가 미리 음식값을 지불한 후 미리내 쿠폰을 갖고 있는 분이 함께 음식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게랍니다. 


미리내가게가 일반 기부 문화와 다른 점은 단순히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문화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미리내 가게는 이용자가 돈을 미리 내면, 자신은 물론 아무나 해당 금액 만큼 이용할 수 있게 한 나눔 신천운동이에요. 예를 들어 '미리내 가게'에서 짜장면 한 그릇을 먹고 두 그릇 값을 계산하면 가게 주인은 '어떤 고마우신 분이 짜장면 한 그릇 값을 미리 내주셨습니다'라고 써 놓은 뒤 미리내 쿠폰을 보관함에 넣어두게 돼요. 


안내판을 본 손님 중 미리내 쿠폰을 이용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짜장면 한 그릇을 내놓게 돼요. 어려운 이웃이나 어르신, 용돈이 떨어진 중학생, 지갑을 안 가져온 직장인 등 누구나 자유롭게 미리내 쿠폰을 이용할 수 있답니다. 


미리내 가게

미리내가게의 모티브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시작된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 운동이에요. 운동에 참여하는 카페를 이용하는 손님이 커피값을 미리 계산해 놓으면 형편이 어려운 누군가가 무료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자선운동이죠.


     이태리의 스팬디드 커피 기부, 한국의 미리내 가게 기부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을 알게 된 동서울대학교 전기정보제어과 김준호 교수는 이를 한국적 환경에 맞게 보완한 운영방법을 마련했어요.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에서 착안했지만 좀 더 진화된 모델이죠. 커피숍에 제한하지 않고 여러 가지 업종으로 참여 범위를 넓혔어요. 대상도 어려운 사람에게 국한하지 않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답니다.


지난해 6월 돛을 올린 미리내가게는 기부문화를 빠르게 확산 시켜 나갔습니다. 경남 산청의 카페 ‘후후커피숍’이 첫 미리내가게로 가입한 이래 8개월 만에 회원가게의 숫자가 150개까지 늘었어요. 회원가게의 종류도 음식점·빵집·카페·주유소·목욕탕 등 다양해요.



미리내 가게



토스트와 주먹밥이라는 가게를 운영하는 최정원씨는 헌혈증, 폐휴대폰 등을 모아 기부하는 활동을 하다가 김준호 교수를 만난 것을 계기로 미리내 가게를 시작했어요. 그는 가게에 온 손님들에게 미리내가게의 취지를 설명하고 책자를 나눠줘요. 또한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도 홍보하고 있어요.


그의 단골 손님은 주로 근처 학교의 중,고교생들인데요. 학생들은 음식을 먹고, 거스름돈 등 푼돈이라도 조금씩 내고 간다고 해요. 이런 학생들의 마음씀이 나눔을 자연스레 실천하게 만들면서 좋은 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닐까요? 특히 미리내 쿠폰을 이용해 본 학생들은 다시 누군가를 위해 나눔을 실천한다고 최정원씨는 말해요.


아이들의 마음이 어른에까지 전달된 에피소드도 있어요. 한 여자아아가 엄마 심부름으로 토스트를 사러 왔다가 미리내 가게에 대한 설명을 듣고 거스름돈 200원을 기부하고 갔는데요. 거스름돈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의아해하는 아이 엄마가 가게에 찾아와서 자초지종을 들은 후에는 더없이 좋은 제도라며 선뜻 2만원을 기부하고 간 적도 있어요. 기부를 한 엄마는 어려운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고, 자신의 아이도 용돈이 없을 때 먹을 수 있으니 정말 좋다고 했어요.


경기 시흥에 위치한 미리내가게 ‘호면왕국수’는 손님이 주로 폐지 수집 등으로 생계를 잇는 독거 어르신들이에요. 국수값 2천원도 내기 부담스러울 만큼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미리내가게의 입소문을 듣고 찾아와 국수 한 그릇을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우다 가신답니다. 기부하는 사람도 많아져 한 번에 60그릇씩 미리 내는 경우도 있어요.


가게 주인 전은화 씨는 어려운 분들에게 국수 한 그릇이 이렇게 소중한 것인지 몰랐다고 말하며, 미리내 가게를 하면서 많은 용기와 보람을 얻게 되었다고 말했어요.


미리내 가게

* 미리내 가게 신청은 이쪽에서 : http://bit.ly/1e2Mmjg


미리내 쿠폰의 사용 정도에 따라 가게마다 운영방식도 조금씩 달라요. 고려대학교에 위치한 미리내가게는 한 장당 1천원씩인 쿠폰을 한꺼번에 모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해요. 전북 군산에 있는 ‘기부 카페’에서는 거스름돈 대신 받은 미리내 쿠폰을 두 달 동안 따로 모아서 ‘효도 세탁’이란 이름으로 독거 어르신들의 세탁비를 지원했어요.


나눔은, 누구나 어디서든 쉽게 실천할 수 있어요. 마음만 있다면 말이죠. 미리내 가게는 우리 주변의 삶에서 누구라도 나눌 수 있다는 정신에서 시작된 가게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