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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음악으로 장애를 뛰어넘어 희망을, 클라리넷 연주자 이상재 교수


하트시각장애인챔버오케스트라


중학교 밴드부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고등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연주에 빠져 중앙대학교 관현악과에 입학해 음악 공부를 하다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피바디 음악대학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7년 한국으로 돌아와 강사생활을 시작하면서 장애인 행사나 자선음악회를 매년 열었으며 이후 16년 간 장애인을 위한 활동을 해 왔습니다. 누구의 이야기냐구요? 바로 올해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상 대상을 수상한 클라리넷 연주자 이상재 교수(나사렛대 관현악과)의 이야기랍니다.


   제 9회 장애인문화예술상 대상 수상자, 이상재 교수


이상재 교수


장애인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한 예술인을 선정해 수여하는 '제 9회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받은 이상재 교수. 그는 같은 날 열린 장애인 음악콩쿠르에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여했는데요. 인터뷰 약속을 잡기 위해 했던 전화통화 너머의 쾌활한 목소리는 그에게 장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자신이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던 사춘기, 그를 잡아준 것이 클라리넷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자주 틀어주던 클래식음악 속에서 들려오는 클라리넷 소리가 저를 위로해줬습니다."라고 말하는 이상재 교수. 그는 일곱 살 때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게 되었는데요. 사고 후 망막 치료를 받으며 여러 차례 수술도 했습니다.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찾아오는 통증은 정말 참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러웠습니다." 그가 시력을 완전히 잃은 것은 열 살, 이 교수는 "볼 수 없다는 무서움보다는 이제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며 당시를 회고했습니다.

시각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의 음악활동을 도와준 공로가 인정돼 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열심히 살아왔다는것을 인정받은 느낌이라 기쁘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습니다.


   2007년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를 직접 결성, 장애인들의 음악활동에 이바지


 

이 교수가 상을 받게 된 결정적 계기는 '하트시각장애인챔버오케스트라'의 운영인데요. 이 오케스트라는 2007년 이 교수가 직접 창단한 11명의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입니다. "시각장애인이 음악가로 살아가려면 비장애인보다 훨씬 더 많이 공부해야 합니다. 학부나 석사를 졸업해서는 취업이 어렵죠. 저는 이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음악을 전공한 시각장애인들이 직업음악가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하고자 이 오케스트라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목표를 이루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하트시각장애인오케스트라는 1년에 평균 50~60회 공연을 하지만 단원 한 명에게 돌아가는 돈은 1년에 500만원 남짓,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케스트라 운영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요. 환경은 열악하지만 단원들의 실력은 수준급입니다. 지난 2011년에는 미국 뉴욕에 있는 카네기홀에 초청되어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공연한 것은 1891년 카네기홀이 설립된 이후 처음입니다.

이 교수는 지금 비록 오케스트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고 믿고 있으며 그가 그렇게 되도록 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제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 같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음악으로 자아실현을 하며 살아가듯 다른 시각장애인 음악인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음악을 한 걸 후회하지는 않게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