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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행정 효율성 높이는 부처간 협업의 성공 조건 4가지

동사무소나 구청에서 일을 볼 때마다, 아니면 공공 서류나 문서를 떼려고 할 때마다 시민들은 각각의 부서를 돌아다니느라 바쁩니다. 행정이 통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각기 분할되어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다른 부서로 갈 때마다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밟아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전문성을 위해 나누어 놓은 정부 부처 간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행정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죠. 정부간의 업무가 좀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부처간 벽이 허물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처 간 벽 허물기는 이미 선진국에서 추진하는 행정 효율화 정책인데요. 미국에서는 단일 정부조직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를 복수의 정부조직이 연계해 업무를 수행하는 활동을 ‘협업적 공공관리(collaborative public management)’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현대는 다수의 부처가 관련된 정책과 행정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정부 부처 간 정책및 행정서비스에 대한 융합행정이 요구되고 있는데요.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12월 펴낸 ‘부처 간 융합행정체계 구축을 위한 관리전략연구’ 보고서에서는 ‘정부 부처 간 업무협의와 역할 분담, 그리고 협업을 통해 상호기능을 연계시키거나 각종 시설과 정보 등을 공유함으로써 행정서비스의 효과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활동’으로 ‘융합행정’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부처 간 벽 허물기는 바로 융합행정의 다른 이름입니다


부처 간 협업이라는 숙제는 생각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19세기나 20세기처럼 정부 업무가 단순했을 때는 정부정책이 대부분 한 부처 영역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부처 간 협업이 그렇게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정부정책이 점점 다기화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정책집행 구조 속에 수많은 정부 부처들이 난마처럼 얽히고설켜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다반사였지요. 1972년에 미국 버클리대학의 아론 윌답스키는 < implementation(이행) > 이라는 책을 통해 정책집행의 어려움을 파헤쳤습니다.


한국행정연구원 임성근 행정관리연구 부연구위원은 "기능적으로 분화된 정부 부처가 부처 이기주의에 매몰됨에 따라 정책수립과 집행, 그리고 행정서비스의 전달 등에 대한 부처 간 미협조 등으로 인해 효율성과 효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지난 3월20일 시작된 정부 부처의 대통령 업무 보고에는 각 부처의 보고와 함께 정책실행 방안으로 부처간 벽 허물기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에게 체감도 높은 맞춤형 보건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2개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사회보장위원회’ 발족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지역별 주민센터를 ‘맞춤형 복지허브기관’으로 개편해 필요한 민·관 서비스를 통합·제공하는 체계를 갖출 계획이라고 보고했습니다. 또한 식·의약 안전관리를 통합하여 출범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상이한 유해기준을 통일하고 분산된 식품안전정보를 통합하며, 대국민 위기관리를 총괄하는 민·관 합동 ‘위해소통 개선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보고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올 연말까지 국방부·법무부 등 다른 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180개 군부대, 62개 교정시설, 9개 국가산업단지 등 문화예술 사각지대를 대상으로 음악·미술·무용·연극 등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합니다. 부처 간 협력형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2005년 체결한 국방부와 법무부 간 양해각서(MOU)를 근거로 시작됐으며, 올해부터는 효율적인 교육지원을 위해 ‘범부처 협력 사회문화예술교육 지원’으로 통합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부처간 협업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리더십 또한 중요합니다. 한국행정학회장 박광국 교수는 위클리 공감 202호에서 부처간 협업 성공의 조건을 4가지로 살펴보고 있는데요.


첫째,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하여 학자들의 다양한 견해를 경청·발산시키고 다시 이를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둘째, 조직구조를 재설계할 때 미국의 부처들처럼 부처 간 갈등을 조정하는 코디네이터를 만들고 여기에 많은 권한과 책임을 실어주는 것. 셋째, 협업을 통해 성공한 정책사례와 반대로 협업을 하지 않아 실패한 사례들을 찾아내 보여주는 것. 넷째, 부처 간 협업 롤모델을 찾아내 조직 내 협업문화로 정착하는 것이 그 조건입니다.


또한 대통령의 정책 공약의 성공적 수행에는 부처 간 협업구조의 정착도 중요하지만 정부 부문 뿐만 아니라 기업·대학·시민단체·NGO 등 많은 부문들과도 거버넌스에 입각한 협업구조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외와 그늘이 있는 곳, 취약하고 위태한 곳에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 내미는 행정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것, 그것이 부처 간 벽 허물기의 진정한 의미일 것입니다.




위클리 공감 2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