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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정보

국민주권시대 소통의 장, 광화문 1번가

불과 몇 달 전 촛불과 함성이 가득 찼던 광화문이 다시 국민의 일상으로 돌아가 평화로움을 되찾았습니다. 광화문은 이제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야 할 때 찾는 장소가 되었지요. 문재인 대통령이 ‘광화문 시대’를 천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더 귀 기울여 듣겠다는 뜻으로 광화문을 국민에게 돌려줌으로써 국민 주권시대를 보장하겠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소통 의지는 ‘광화문 1번가’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광화문 세종로공원 내에 마련한 이곳은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무런 벽도 없습니다. 학생, 연인, 직장인, 노부부 등 남녀노소 상관없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지요. 팻말을 들고 있는 사람, 단체 티를 입은 사람들도 눈에 띕니다. 이곳을 찾은 모두가 국민인수위원입니다.

(▲사진=메모지와 접수카드에 자신이 바라는 정책을 적는 국민인수위원, 조선뉴스프레스) 

 

공간 자체에 의미가 있다

광화문 1번가를 상징하는 파란 컨테이너 박스 앞에 마련된 테이블마다 의견을 적고 있는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어요. 이들은 형형색색의 메모지에 ‘새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을 다양한 색깔만큼 붙였습니다. 행여나 메모지가 떨어질까 봐 테이프로 붙이고 인증샷도 찍습니다.

메모지를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차별 없는 나라 만들어주세요’, ‘육아휴직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게 해주세요’, ‘국민이 지지합니다’… 저마다 자신이 원하는 세상, 새 정부에 대한 격려 등이 담겨있습니다. 꾹꾹 눌러쓴 짧은 메시지에 간절함이 배어 있기도 하고요. 그동안의 침묵이 봇물 터진 듯합니다.

김성예(74) 씨는 “그동안 억울한 게 있어도 어디 가서 억울함을 표현하지 못했다”며 광화문 1번가를 반가워했습니다. 최이현(가명·29) 씨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공간으로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모든 정책이 받아들여지지는 않겠지만 새 정부의 소통 의지가 엿보인다”고 희망을 내비쳤습니다.

몇몇 사람은 메모지가 아니라 ‘광화문 1번가 국민인수위원회 접수카드’라고 쓰인 일종의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정부에 제안하는 정책 내용을 적어 접수하면 번호표를 받는데요. 관계자는 “꼭 실명을 쓸 필요는 없다”“부담스러우면 별칭을 사용하라”고 알려주기도 합니다.

 작성이 끝나면 파란 티셔츠를 입은 봉사자가 길을 안내합니다. 파란 ‘정권인수의 문’을 지나니 정부청사에 몇 걸음 더 가까워집니다.

(▲사진=메모지와 접수카드에 자신이 바라는 정책을 적는 국민인수위원, 조선뉴스프레스) 

 

위클리공감 지기도 가만히 앉아 차례를 기다렸는데요. 주변에 각종 서류 뭉치를 들고 온 사람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광판에 번호가 뜹니다. “○○번 국민인수위원님 △번 제안 테이블로 오세요.” 순서가 돼 해당 창구를 찾습니다. 4개의 컨테이너 부스에 12명의 국민정책 경청단이 앉아 있어요. 경청단은 행정자치부, 국민권익위원회, 인사혁신처 등에 소속된 공무원인데요. 경청단을 마주한 국민인수위원은 짧게는 1분, 길게는 1시간 동안 저마다의 정책과 민원을 제기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한숨과 격앙된 목소리에 그간의 답답함이 여실히 묻어납니다.

서울에 사는 김미숙(가명·54) 씨는 공공기관의 예산 낭비를 지적했습니다. 그는 “공공기관에서 5년이 지나면 새로운 컴퓨터를 구입하는데 안 쓰는 컴퓨터가 한쪽에 방치돼 있다”“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실태 보고서를 작성하지만 예산이 줄어들지 않게 하려고 일부 조작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공공기관의 세금 누수가 보완되길 바라는 의견을 전한 것이지요. 이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토로하는 국민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의견만 접수하고 가는 분들도 상당수입니다.

 

불공정함 토로·신고할 수 있는 방안 마련할 것

(▲사진=‘광화문 1번가’를 찾아 정책을 제안하는 모든 국민은 ‘국민인수위원’, 조선뉴스프레스) 

전남 여수에서 왔다는 민재철(53) 씨는 오전 9시에 이곳에 도착했다고 해요. 국민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뉴스를 보고 한달음에 왔다고 말합니다. 군 복무를 하는 그의 아들은 지난해 훈련 도중 전치 16주의 중상을 입었는데요. 야간 훈련 도중 포복자세로 명령을 수행하다가 민간 차량에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민간 병원에서 치료한다는 서약을 해서 1000만 원의 진료비를 고스란히 개인이 부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 아들이 고관절 난치성 후유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지만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당했는데, 이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는 “아직 군 복무 중인 아들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르지만 부모 입장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합니다. 군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이곳까지 찾은 것인데요. 그는 접수카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바람을 적었습니다.

▲훈련 중 입은 상해는 민·군 병원에 관계없이 국가에서 진료비를 보장해줘야 한다.
▲훈련 중 겪은 사고는 민간의 산재와 동일하게 처리돼야 한다.

 

(▲사진=‘광화문 1번가’를 찾아 정책을 제안하는 모든 국민은 ‘국민인수위원’, 조선뉴스프레스) 

단체를 대표해서 목소리를 내러 온 사람도 있습니다. 대한건설협회 강신우(가명·52) 씨는 17개 건설단체의 의견을 모아 탄원서를 가져왔는데요.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전문건설공제조합 등이 대한건설협회와 이름을 올리고 수백 장에 달하는 증빙자료를 첨부했습니다. 최근 6년간 불경기의 여파로 수익이 30% 이상 하락했다는 설명과 함께 공공건설 산정체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놓은 하도급 보호기관에 많은 건설단체가 포함된다”“이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입찰제도, 산정체계 등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었습니다. 그중 ‘EZT****’ 아이디를 사용하는 국민인수위원은 지방직 시간선택직으로 일하고 있지만 초과근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기업에도 적용될 테니, ‘잡플래닛’이라는 사이트처럼 국가에서 공간을 구축해 기업의 연봉, 근무 시간, 노동 강도, 복지 등을 평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안했어요. 근로자가 기업의 순위를 매겨 입사 시 참고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근로자 입장에서 좋은 회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며, 공간 마련은 좋은 중소기업에 입사하려는 구직자와 기업이 연결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사진=‘광화문 1번가’ 부스 내 국민정책 경청단 뒤로 온라인을 통해 접수된 국민 제안, 조선뉴스프레스) 

광화문 1번가를 찾은 국민 중에는 민원 제기자가 많았습니다. 이들은 민원 제출, 소송, 1인 시위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하다 이곳을 찾았다고 설명합니다. 그동안 억눌린 국민의 목소리가 표출된 것이지요. 이는 관공서 민원, 국민신문고 등의 창구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이 반영돼 있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5월 25일 “우리 사회 곳곳의 불공정함을 토로·신고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국민이 불공정 사례 및 개선 사항을 제안할 수 있도록 6월 1일부터 현장 및 온라인 접수처를 신설하기도 했는데요. 불공정 주간을 설정해 6월 18일까지 운영할 계획이라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광화문 1번가, 새로운 소통 공간 

5월 25일 오프라인 광화문 1번가가 문을 열고 다음 날 26일 온라인 공간이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홍보 영상을 통해 직접 ‘광화문 1번가’의 공식 오픈을 알렸습니다.

(▲클릭 시, 영상 재생 가능한 위클리공감 페이스북으로 이동) 

문 대통령은 “나라다운 나라, 국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겠다”면서 “많은 의견과 정책 제안을 부탁드리며 앞으로 50일간 열심히 듣고 제가 직접 보고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6월 1일 기준 온·오프라인에 23만여 명의 방문자가 다녀갔고 1000여 건의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광화문 1번가가 국민과의 소통 공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광화문 1번가>

•7월 12일까지 운영
•온라인 www.gwanghwamoon1st.go.kr(휴대전화 인증을 통한 회원 가입 후 이용 가능)
•유선전화 02-6006-5000 문자 메시지 010-7391-0509 (온라인/문자 메시지 24시간 참여)
•오프라인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89 세종로공원
   화요일~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수요일 오후 8시까지 연장, 월요일 휴무

 

■ 국민마이크 ‘국민의 생각을 듣습니다’

국민인수위원회는 ‘광화문 1번가’에서 기획 프로그램 ‘국민마이크’를 시작했습니다. 5월 27일 오후 7시부터 작동한 국민마이크는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면 정부가 경청한다는 콘셉트로 진행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신청한 국민은 4~5분간 발언권을 갖고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발언 내용은 녹취·정리돼 국민인수위원회에 전달되지요.

이날 첫 발언권은 경북 김천에서 온 박경범 씨에게 주어졌습니다. 그는 “지금부터 새 정부가 사드 문제를 결정하기 전까지 사드와 관련된 어떠한 행위도 진행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 마이크는 군 인권센터 활동가 김형남 씨에게 돌아갔는데요. 그는 “군사법원은 일반법원과 달리 군인의 통제를 받는다. 사실상 행정부에 소속된 군인, 장군이 제도적으로 판결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군 인권제도의 개선을 희망했습니다.

국민마이크는 7월 12일까지 토요일마다 진행될 예정입니다.


 

 

(▲사진=조선뉴스프레스) 

 

■ 열린포럼 ‘국민의 정책을 삽니다’

5월 30일 오후 7시 ‘열린포럼’의 첫 무대가 열렸습니다. ‘소셜벤처와 창업’을 주제로 ‘사회혁신가들’이 주관했는데요. 소셜벤처를 창업하고 운영하는 종사자들이 직접 참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는 “작게 실험할 기회는 주지 않고 왜 크게 실패할 기회를 부추기는가”라며 현실적인 지원 정책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또 장동현 ‘노페땅’ 대표는 소셜벤처 지원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얘기하면서 “소셜벤처 재창업 도전 지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사회적기업가의 의견 수렴 후에는 정부를 대표해 고용노동부 박성희 고령사회인력정책관, 중소기업청 변태섭 창업벤처국장이 참여해 다양한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박 정책관은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지원이 중요해 보인다”“초기 창업 인큐베이팅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수개월 내 재창업할 수 있는 정책을 선보이겠다”고 밝혔습니다.

6월 1일에는 한국 YMCA 주관으로 ‘청소년이 보이는 대한민국을 위하여’라는 주제의 두 번째 포럼이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이 직접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청소년 정치 참여와 18세 참정권 실현’에 대해 발표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어요.

열린포럼은 매주 화요일·목요일 오후 7시, 총 12회에 걸쳐 개최됩니다. 사전 고지된 주제와 관련 아이디어를 발표해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데요. 발표 주제와 관계된 정책 담당자·공무원도 함께 자리하게 되니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