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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행

분단의 아픈 역사, 'DMZ'를 담아낸 영화와 연극 9

우리의 아픈 역사를 상징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중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는 판문점과 모든 군사시설의 설치가 금지된 비무장지대(DMZ)는 우리에게 분단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영화와 방송, 연극 속에서 비친 두 곳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비무장지대

(사진=Inermis In DMZ-2013│ⓒ임영식)


위클리 공감 홈페이지에서 기사 원문 자세히 보기


|영 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

이 영화는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 내 JSA에서 벌어지는 남북 군인 간의 총격 사건을 추리극 형태로 풀어냈습니다. 영화는 기존 분단을 소재로 한 작품들과는 다르게 북한을 적으로 묘사하기보다 우정을 나눌 수 있는 대상으로 그렸습니다. 사상이나 이념의 갈등이 아닌 개인과 개인의 갈등을 중심으로 분단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공동경비구역 JSA

(사진=(왼쪽부터) 영화 ‘공동경비구역JSA’ 포스터와 영화 ‘공동경비구역JSA’ 속 판문점의 모습│ⓒCJ엔터테인먼트)


이 영화의 인기 요인은 비단 줄거리만이 아니었습니다. 작품 제목인 JSA를 실제 크기의 80%로 지은 세트장이 현실감을 더했습니다. 영화의 효율적인 화면 구성을 위해 크기는 축소하되 실제 현장의 긴장감, 처연함 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2009)

단편 영화 ‘돌아오지 않는 다리’에도 판문점이 등장합니다. 영화명이자 실제 장소인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공동경비구역의 서쪽을 흐르는 사천에 놓여있습니다.


줄거리는 역시 남북 대립을 바탕으로 합니다. 비무장지대 서부전선의 새벽, 임무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수색대 소대장이 사고로 지뢰를 밟게 됩니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양측 군은 지나쳐 가기로 합니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

(사진=영화 ‘돌아오지 않는 다리’ 속 한 장면│ⓒ인디스토리)


그 순간 북한군 측에서 손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그곳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됩니다. 하지만 북한군은 담배 필 때 빌렸던 라이터를 되돌려주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영화는 남북 분단 상황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야할 포용력과 신뢰를 말하고자 한 셈입니다.


DMZ, 비무장지대(2004)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이규형 감독은 1979년 10월 26일부터 12월 12일까지 전방 DMZ 수색대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이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영화 속 시대 배경은 1979년. 등장인물인 이 병장의 제대가 코앞인 어느 날 대통령의 죽음으로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집니다. 당장이라도 전쟁이 날 것만 같은 불안감이 DMZ를 감쌉니다. 안개가 가득 낀 비무장 지대로 들어가는 수색대원들을 비롯해 영화는 현실에서 느낄 법한 긴장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비무장지대

(사진=(왼쪽부터) 영화 ‘DMZ, 비무장지대’에는 분단국가의 슬픔과 긴장감이 드러난다. 영화 ‘DMZ, 비무장지대’ 포스터│ⓒ청어람)


|연 극|


워킹 홀리데이(2017)

연출가와 배우들이 비무장지대 300km를 걸으며 체험한 분단의 현실을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무대 한가운데는 DMZ 풍경을 축소한 모형이 놓여 있습니다. 배우들이 걸으면서 실제 촬영한 영상이 틈틈이 상영되고 객석 뒤편까지 무대로 활용됩니다. 극장 안에서 연기하는 모습들도 캠코더를 통해 중계됩니다.


워킹 홀리데이

(사진=연극 ‘워킹 홀리데이’ 배우들은 비무장지대 300km를 걸으며 체험한 분단의 현실을 연극 무대에서 전한다│ⓒ뉴시스)


걷는 행위로 DMZ가 가진 공간의 의미를 되새기는 형태이다 보니 극은 뚜렷한 갈등 없이 진행됩니다. 배우들은 도보 여행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느낀 다양한 감각을 표현합니다. 장난감 총으로 사격 훈련을 하는 배우부터 철조망, 군인, 실제 장소들을 축소한 미니어처를 활용해 배우들은 도보 여행을 재현합니다.


내 사랑 DMZ(2010)

비무장지대에 묻힌 많은 병사를 위로하는 동시에 이곳의 환경오염 문제를 짚는 연극입니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동물들이 등장하는 우화극으로 풀어낸 게 특징입니다.


내 사랑 DMZ

(사진=연극 ‘내 사랑 DMZ’는 동물들을 등장인물로 내세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냈다.│ⓒ뉴시스)


별난 야유회(2018)

엉뚱하고 별난 성격의 소유자, 허 씨 부부가 비무장지대로 소풍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DMZ 야유회를 통해 전쟁이 아닌 통일의 꿈을, DMZ가 녹색지역으로 변화했으면 하는 제작 의도가 반영됐습니다.


|축 제|


DMZ 국제다큐영화제

2009년부터 시작돼 10회째를 맞는 DMZ 국제다큐영화제(DMZ International Documentary Film Festival)는 DMZ를 배경으로 한 국내외 다큐멘터리를 한자리에 모은 다큐 축제입니다.


올해는 9월 13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평화와 소통, 생명의 메시지를 전하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DMZ가 세계인들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으로 재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비주류 장르의 매력을 알리며 다큐멘터리 관객의 저변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다큐멘터리 영화와 함께 나눌 수 있는 토크와 강연을 비롯해 DMZ 포차, 1박 2일 DMZ 투어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될 예정입니다.


DMZ축제

(사진=(왼쪽부터) 제9회 DMZ 국제다큐영화제 포스터ⓒDMZ Docs 누리집│DMZ, 더 와일드 프로그램 속 한 장면ⓒMBC |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로그램 속 한 장면ⓒMBC 에브리원)


|방 송|


DMZ, 더 와일드(2017)

다큐멘터리 ‘DMZ, 더 와일드’는 비무장지대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멸종위기 동물들의 생태를 담아냈습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DMZ의 생태계를 공개하며 광활한 초지 위 생명이 움트는 경이로움을 선사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아름다운 생태계를 보여주면서도 ‘우리는 휴전 중’이라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DMZ에 출입하려면 몇 군데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장면, 대남방송이 매우 가까이서 들려오는 장면 등 분단국가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2018)

인기 방송 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도 판문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판문점을 비롯해 비무장지대와 휴전선, 도라산 전망대, 제3땅굴, 임진각 등 우리 역사를 간직한 장소를 탐방하는 독일인들의 모습에서입니다.


방송에서 비춰졌듯이 DMZ 투어로 의미 있는 역사의 현장입니다. 우선 임진각 관광지는 6·25전쟁과 그 이후 대립에 따른 각종 유물과 전적기념물이 조성된 공간입니다.


이밖에도 통일 염원을 담은 안보교육장, 통일동산(오두산 통일전망대)와 북녘 땅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매기봉, 북한 생활용품과 군사 장비 등이 전시된 열쇠전망대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다양합니다.


솔트

(사진=영화 ‘솔트’ ⓒ컬럼비아픽쳐스 | 영화 ‘007 어나더데이’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판문점과 비무장지대(DMZ)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영화 ‘솔트(Salt)’는 미국 CIA 요원이 북한 핵시설을 파괴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모진 고문을 당한 뒤 풀려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때 포로 교환의 배경은 판문점 일대. 주변 건물이 스크린 안에 잡히며 긴장감을 더합니다.


‘007 어나더데이(Die Another Day)’에서 제임스 본드는 북한에 침투해 무기거래상으로 위장하고, 문 대령을 상대로 작전을 수행하던 중 신분을 들킵니다. 북한 병사들에게 잡혀 수감된 이후 가까스로 살아 돌아오고, 음모를 꾸미는 세력에 맞서 싸웁니다.


소개한 것들을 보며, 우리에게 아픈 역사의 흔적이면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판문점과 비무장지대(DMZ)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