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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행

백제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부여 사비길'을 걷다

사비는 백제의 마지막 수도 이름이자 부여의 옛 이름입니다. 우리의 한 역사였던 이 곳은 현재 사비길이라는 역사 체험길로 우리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부여시외버스터미널 택시정류장 앞에서부터 시작해 신동엽 시인의 생가, 궁남지, 능산리고분군, 국립부여박물관, 정림사지 5층석탑, 부소산 낙화암 등을 돌아 약 15킬로미터의 백제 역사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백제의 역사를 둘어볼 수 있는 부여 사비길


사비는 백제 수도였던 부여의 옛 이름입니다. 백제 25대 성왕이 즉위 16년(538년)에 왕권 강화를 위하여 웅진(공주)에서 사비로 수도를 옮겼는데요. 북쪽 부소산에는 부소산성을 쌓았고 산 남쪽에는 왕궁터가 자리잡았으며 도성 서남쪽은 금강이 에워싸고 동쪽에는 나성이 쌓여있습니다. 한편 사비백제는 내성과 외성을 쌓아 사비도성을 시키려 하였지만 120년을 넘기지 못하고 660년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당하게 됩니다.


어느덧 1,400여 년이 흐른 지금, 멸망한 나라 백제는 여전히 안개에 쌓여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특히 사비길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역사 체험을 할 수 있는 산책길인데요. 사비길의 시작은 시외버스터미널 택시정류장 앞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먼저 우리는 이 곳에서 신동엽 시인의 생가를 들러 그의 시와 삶을 가슴으로 느끼게 됩니다. 다음으로는 백제 별궁 연못인 궁남지에서 연꽃과 수련 빛깔에 발을 담그고, 서동공원 백제오천결사대충혼탑으로 이동해 계백의 조각상에 압도당하며, 능산리고분군에서는 고분 1호분 컬러 벽화를 구경하게 될 것입니다. 또 금성산 정상에서 부여 시자기를 내려다보고, 국립부여박물관에 전시된 국보 백제금동대향로의 세밀함에 찬탄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고요한 정림사지 5층석탑을 지그시 바라보고 부소산 낙화암에서 장충한 백마강에 마음을 흘려보내면 약 15킬로미터의 사비길 산책은 끝나게 됩니다.



사비길은 코스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걸어도 참 좋은 길입니다. 유적·유물이 부여 시내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걷다 보면 다 만나게 됩니다. 먼저 부소산으로 향하면 부소산은 해발 106미터밖에 안 되는 야트막한 산이지만 사비의 진산입니다. 부소산성은 산 정상을 중심에 놓고 7~8부 능선을 흙으로 둘러싸 만든 토성으로 자연지형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둘레는 약 2.5킬로미터이며 돌아보는 데만 두 시간 정도 소요되는데요. 천천히 돌아보면 꼬박 반나절이 걸립니다. 그래서 가볍게 걷는 것이 좋습니다.


부소산 종합관광안내소 사물함에 무거운 짐들을 맡겨놓고 출발하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인데요. 그렇게 매표소를 지나면 울창한 태자골 숲길이 우리를 반깁니다. 싱그러운 단풍나무 잎이 산책로에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에 단풍잎들이 사부작사부작 흔들리기도 합니다. 또 벚나무 아래에는 다람쥐가 사람들이 다가가는 것도 모르고 까맣게 익은 버찌를 주워 먹는 데 정신이 팔려있는 아주 자연 친화적인 곳입니다.


백제 태자가 걸었다는 태자골 숲길에서 만난 이순선 문화관광 해설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해주었습니다. "부소산성은 평화 시에는 백제 왕족의 후원 산책로였어요. 태자골 숲길을 거닐고, 영일루에서는 해를 맞이하고요, 송월대에서는 백마강에 달을 보냈죠. 요즘 힐링이라는 말을 무척 많이 쓰는데, 이곳이 바로 왕들의 힐링 장소였어요."


부소산성 산책로


  백제 태자가 걸었다는 태자골 숲길


해설자가 조근조근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1,400년 전의 길을 걷다보면 산성 내 사비길을 따라 백제의 충신인 성충, 흥수, 계백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사당 삼충사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사자루는 1919년에 임천군 관아의 정문을 옮겨놓고 '사자루'라는 이름을 붙인 것인데요, 이 자리에는 사비시대에 달맞이하는 '송월대'가 있었다고 합니다.


사비길을 잠시 벗어나 곡식을 저장해 놓았던 군창지를 둘러보고 다시 사비길을 걷다보면 백제 태자가 걸었다는 태자골 숲길이 부소산성 내에서도 가장 고즈넉하게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일루에는 백제시대 계룡산 연천봉의 일출을 바라보던 영일대가 있었다고 전해지는데요.


한편 낙화암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백화정과 천년송이 눈길을 끕니다. 천년송이 긴 가지를 드리워 바위에 그늘을 내리고 활엽수처럼 햇볕을 다 가리지는 못하나 소나무 향기는 바위를 덮고도 멀리까지 풍깁니다. 그 향기를 맡으며 백화정 뒤 낙화암에 내려섭니다. 이 곳은 의자왕과 3천 궁녀가 백마강으로 꽃잎처럼 떨어졌다는 곳입니다.


낙화암 벼랑 위 백화정


계속 길을 걷다보면 붉게 익는 보리수나무 맞은편에 위엄을 자랑하고 있는 국보 제9호 정림사지 5층석탑을 볼 수 있습니다. 사비시대에 시자기 중앙에 세워졌다는 석탑은 한번도 해체·복원되지 않고 당당하게 그 자리에 서있습니다. 백제가 멸망할 당시에 사찰과 탑 1천여 개가 한 달 내내 불길에 휩싸였다고 하는데요. 바로 정림사지 5층석탑이 그 곳에서 살아남은 탑입니다. 높이 8.33미터, 화강암 145조각으로 이루어져있으며,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옛날부터 부여 사람들의 약속 장소로 애용됬다고 하는데요. 다른 문화재와 달리 시내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으니 시민들이 더 애착을 가질 듯 합니다.


정림사지 5층석탑을 지나 국립부여박물관으로 향하게 되면 박물관 뒤편에 금성산으로 향하는 부여길 안내판이 보입니다. 보통 모든 박물관에는 그 박물관을 대표하는 유물이 있게 마련인데요. 부여박물관의 경우에는 국보 제287호 '백제금동대향로'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능산리 절터에서 발견된 이 향로는 높이가 61.8센티미터에 이르는데요. 한 마리의 용이 여의주 대신 향로를 물고 떠받들고 있으며 몸체는 연꽃 모양을, 정상 부위에는 봉황 한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몸체는 신선들이 사는 삼신산을 표현한 것 인데요. 삼신산에는 호랑이·사슴·코끼리·원숭이·멧돼지 등 동물 39마리와 악기를 연주하는 주악신선 5인 그리고 산중 신선 등 인물 16명이 있습니다. 또한 나무 여섯그루, 바위, 산, 계곡 등 도교 세계를 세밀하게 새겨놓았습니다. 한편 향 연기가 피어오르는 구멍은 총 12개 인데요. 주악신선을 잘 살펴보면 향 구멍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정림사지 5층석탑


  다양한 수련이 꽃피워져 있는 별궁 연못 궁남지


다음으로 열매가 까맣거나 혹은 빨갛게 익어가고 있는 벚나무, 뽕나무, 들보리수나무들을 지나면 우려 남쪽에 위치한 별궁 연못인 궁남지를 볼 수 있는데요. 원래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연못으로 알려졌는데 연구를 통해 백제시대의 인공 연못으로 밝혀졌습니다.


<삼국사기>에 "백제 무왕 35년에 궁성 남쪽에 연못을 파고 20여 리나 되는 긴 수로를 파서 물을 끌어들이고 사방에 버드나무를 심고 연못 가운데에 방장선산을 모방한 섬을 만들었다"라고 기록이 남아있으며, 연못 주변에서는 석축, 백제 토기와 기와 등이 출토되어 더욱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연못 크기는 알 수 없지만 당시에 뱃놀이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꽤 큰 연못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궁남지 주변을 보면 12만평의 연꽃밭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 연꽃밭만 돌아봐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린다고 합니다. 7월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9월 초까지 꽃을 볼 수 있는데요. 지금은 다양한 수련이 꽃을 피워있고 특히 노란 수련이 만개해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7월에는 연꽃 축제가 열린다고 하는데요^^


궁남지 연꽃밭은 주차장 쪽보다는 오천결사대충혼탑으로 가는 길이 연꽃도 많고 관광객도 덜 붐빕니다. 그 길을 따라 가다보면 서동공원 오천결사대충혼탑을 볼 수 있는데요. 이 탑은 계백 장군과 몇몇 장수들이 출전하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마치 그날의 함성이 들리듯 합니다. 


다음으로 능산리 절터능산리고분군입니다. 이 둘은 붙어있는데요. 나성 아래로는 능산리 절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능산리 절터는 백제 위덕왕 13년에 성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창건되었던 절이며 백제가 멸망하면서 이 절도 폐허가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편 백제금동대향로와 절이 창건된 연대를 알 수 있는 국보 제288호 '창왕명석조사리감'이 출토되면서 능산리고분군이 왕실 묘지라는 사실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사실 능산리고분군을 백제왕릉원이라 부르는데요. 백제왕릉원은 의자왕과 태야 융의 묘가 나란히 조성돼 있습니다. 의자왕과 태자 융은 백제가 멸망하면서 당나라로 끌려가 중국 하남성 낙양사에서 사망했는데요. 1995년 부여군은 백제 의자왕 묘 찾기 사업을 벌였으나 결국 찾지못했습니다. 그러나 태자 융의 묘는 찾았는데요. 결국 의자왕이 묻혔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의 흙을 담아와 태자 융의 묘와 함께 모셨습니다. 


의자왕과 태자 융의 묘를 지나 동쪽으로 걸어가면 고분 7기가 보이는데요. 이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묘입니다. 겉모습은 원형봉 토분인데 무덤 안은 굴식돌방무덤이며, 이 중 1호기에는 연꽃 모양의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벽화에는 아직 색깔이 남아 있습니다. 이는 1호기에서는 볼 수 없고 입구에 똑같이 재현해 놓은 고분에서 볼 수 있습니다.


궁남지 연꽃밭과 버드나무


지금까지 정말 아름다운 우리 역사의 한 자락, 부여 사비길에 대해 알아 보았는데요. 부여 사비길은 아직 끝나지 않은 길 입니다. 백제에 대한 발굴과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백제의 역사는 계속 깊고 넓어질 것입니다. 백제는 660년에 멸망했지만 1,400년 뒤의 후손들에 의해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부여는 오는 7월 17일(목)부터 20일(일)까지 서동공원 일대에서 부여서동연꽃축제가 열린다고 하는데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연꽃축제과 더불어 부여 사비길에 역사 산책하러 가는 것은 어떨까요? 참 좋은 여행길이 될 것 같습니다^^



부여서동연꽃축제 홈페이지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기 :  http://www.flowerfestival.co.kr/


부여 사비길 여행수첩★

  가는 길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부여행 버스 이용. 고속버스는 2시간, 일반버스는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식당
1) 장원막국수 ☎ 041-835-6561
막국수, 비빔막국수, 수육. 
부소산성을 걷고 난 뒤 먹는 막국수가 시원하다. 이곳은 수육을 막국수 가락과 같이 먹는 게 특징이다.
사람이 많아서 점심시간 전후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2) 백제향 ☎ 041-837-0110
연밥·우렁쌈밥 등을 깔끔하게 하는 집. 연근 반찬이 2~3종류 나오는 게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