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월 17일 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을 내놨습니다. 취업자 수 증가세가 둔화되고 5월 청년실업률이 9.3%에 이르는 등 고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습니다.
정부가 밝힌 노동시장 개혁 추진계획은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통해 미래 세대인 청년과 기성세대인 중·장년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세대 간의 상생고용’을 촉진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계속 고용을 위해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을 조정하고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을 확보하려는 제도입니다.
내년부터 60세 정년 연장이 의무화되면서 청년 취업난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의 임금피크제가 더 확대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시각입니다.
공공기관의 경우 민간 기업에 비해 정년까지 근무하는 비율이 높아 정년이 연장되면 재직자 고용기간도 길어져 청년 신규 채용이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정부의 취지는 공공부문부터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임금체계 개편, 상생고용 등에 앞장서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를 토대로 임금피크제를 민간 부문으로 확산시켜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올해 안에 모든 공공기관(316곳)에 임금피크제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2016~17년 모두 6700명의 신규 채용을 목표로 각 기관이 임금피크제도를 설계토록 유도해 이를 경영 평가에 반영할 방침입니다.
우선 30대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 551곳을 임금피크제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도입을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조선, 금융, 제약, 자동차, 도소매 등 6개 업종에 대해서는 임금피크제 모델을 마련해 도입을 촉진할 예정이며,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취업규칙 변경 절차와 기준을 명확히 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둘러싼 법 적용 및 해석의 불확실성이 크고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는지 여부에 따라 노사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공청회, 토론회 등을 추진해 노사 및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할 방침입니다.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대책도 함께 내놨습니다. 다음 달 31일까지 청년 집중취업지원기간을 설정해 더 많은 구인기업을 개척하고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유관기관과 지역별 일자리 모델도 발굴할 계획입니다.
취업난이 심각한 인문계열 전공자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등 기술교육을 강화해 취업을 유도하고, 해외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해외 취업 시스템도 더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원·하청의 상생협력을 지원하는 것도 청년들에게 더 질 높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정부는 원청의 상생협력 노력을 유도하고 공정거래 관행 정착, 공공조달의 역할 강화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근로 여건이 개선되면 청년들의 취업 기회도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목적으로 상생협력기금을 출연하면 출연금의 7%를 세액공제해주는 세제 혜택안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납품단가 조정 신청 기한을 기존 7일에서 20일로 연장하는 등 하청기업의 협상력을 강화하고 하도급대금 미지급이나 지연 지급과 같은 불공정거래 관행도 개선해나갈 방침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상생 촉진방안을 내놓은 것도 직종 간의 격차와 차별이 더 심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는 12%로 지난해보다 커졌습니다. 게다가 저임금 근로자와 같은 취약근로자 비중도 높아지는 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기간제(제정), 사내하도급(개정), 특수 형태 업무 종사자(제정) 등 3대 고용 형태별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현장 지도 등을 통해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보호 강화를 추진할 방침입니다.
세대 간 상생고용 지원제도
정부는 이행 실적을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에 반영해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이행을 강화하는 등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에 대한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도록 조속한 입법을 위해 총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법령 개정 및 일제점검 등을 통해 임금 체불과 최저임금 등 취약근로자 보호 강화에도 나섭니다. 이 밖에 노동시장 개혁의 현장 안착을 위해 위법·불합리한 노사 관행 개선 지도·지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칠 방침입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장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면서 “노사정 간 논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 내용을 토대로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사회적 대화 노력을 지속해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2단계 노동시장 구조개혁 추진방안을 오는 8, 9월 중 발표할 예정입니다. 2차 방안에는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제고를 위한 입법 등의 조치가 필요한 사항과 노사정 간 추가 논의키로 한 과제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노사정 대화는 지난 4월 한국노총의 결렬 선언으로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혁 추진과 관련해 노사정 대화 재개 의지를 피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