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핵심 공약인 ‘치매 국가책임제’의 로드맵이 완성되었습니다. 치매 환자 일대일 맞춤형 관리부터 치료 지원까지 구체적인 대책을 추진함으로써 ‘치매로부터 자유로운 치매안심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치매를 개인의 문제로 보던 기존 인식을 전환해 국가가 치매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것이지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9월 18일 ‘치매 국가책임제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박 장관은 “우리나라는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치매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2017년 70만 명으로 추산되는 치매 환자가 2030년에는 127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의 날로 깊어지는 고통을 국가가 함께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주요 공약 중 하나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2일 서울요양원을 방문해 공약 시행을 재차 약속했으며, 이번 추진계획으로 국가 차원의 치매 종합대책이 가시화되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보고대회 영상 메시지를 통해 “그동안 치매로 인한 고통과 부담을 개인과 가족들이 전부 떠안으며 많은 가정이 무너졌다”며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해온 어르신이 건강하고 품위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고 밝혔습니다.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의 큰 틀은
▲맞춤형 사례관리
▲장기요양 서비스 확대
▲치매환자 의료지원 강화
▲치매 의료비·요양비 부담 완화
▲치매 예방·친화적 환경 조성
▲치매 연구개발(R&D)
▲치매정책 행정체계 정비 등입니다.
박 장관은 “그동안 치매 예방부터 돌봄, 치료, 가족 지원까지 치매 보호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은 있었지만 어떤 절차로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렵고 치매 정책 추진을 위한 인프라 역시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치매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목표 아래 분야별 중점과제를 선정하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우선 올해 12월부터 전국 252곳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합니다.
치매 환자와 가족은 이곳에서 일대일 맞춤형 상담과 조기 검진, 관리, 서비스 연계 등 통합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센터에서 받은 상담·관리 내용은 치매노인등록관리시스템에 등록돼 환자와 가족이 전국 어디서나 연속적으로 관리받을 수 있습니다. 치매안심센터가 문을 닫는 야간에는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를 통해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며, 향후 보건복지콜센터(129)와도 연계될 예정입니다. 센터 내부에는 치매 환자의 증세가 악화되는 것을 늦추고 환자 가족의 정서적 안정을 도울 수 있는 치매단기쉼터와 치매카페도 만들어집니다.
보다 많은 치매 환자가 장기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장기요양 등급제도를 손질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등급제도는 신체기능을 중심으로 1등급부터 5등급까지 구분했는데요. 때문에 신체기능이 양호한 경증 치매 환자가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제도가 개선되면 이들도 장기요양보험 대상자가 됩니다. 장기요양보험 대상자는 주야간 보호시설에서 미술·원예·음악 등 인지활동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고 가정에서 요양·목욕·간호·상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22년까지 치매안심형 시설도 단계적으로 늘어납니다.
치매안심형 시설에는 일반 시설보다 많은 요양보호사가 배치되고 가정과 비슷한 환경의 공동 거실 등이 마련됩니다. 아울러 장기요양시설 지정 갱신제 도입, 장기요양 종사자 처우 개선 등 치매 환자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추진됩니다. 장기요양시설 지정 갱신제는 장기요양기관 지정을 받고 일정 기간 이후 지정 요건 준수 여부와 운영 실적 등을 반영해 지정 유지 또는 취소를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심한 이상행동증상(BPSD)으로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중증 환자는 치매안심요양병원에서 단기 집중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상행동증상은 치매에 동반되는 감정적·정신적 증상으로 중증 치매 환자 중 10~20%는 입원치료가 요구됩니다. 전국 공립요양병원에 시범적으로 치매 전문 병동을 설치해 치매안심요양병원을 운영한 뒤 점차 확대될 계획입니다.
앞서 8월 9일 문 대통령은 중증 치매 환자의 의료비 본인 부담률을 4대 중증질환과 같은 수준인 10%로 경감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10월부터 중증 치매 환자도 산정 특례 적용을 받게 됩니다. 현재 중증 치매 환자의 건강보험 본인 부담률은 최대 60%입니다. 앞으로 인지영역별 기능 저하를 정밀 검사하는 종합 신경인지검사(SNSB, CERAD-K)와 자기공명영상검사(MRI)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이렇게 되면 상급 종합병원 기준 진단검사 비용(100만 원)이 40만 원 이하로 줄어듭니다.
치매 환자의 본인 부담금 경감 대상을 확대하는 동시에 환자 가족의 경제적 부담 요인도 덜어줍니다. 월평균 6만~10만 원이 소요되는 기저귀, 식재료비를 장기요양보험에서 지원할 예정입니다.
치매를 예방하고 치매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다양한 사업도 추진됩니다.
전국 352개 노인복지관을 중심으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이 제공됩니다. 66세 이후 받는 국가건강검진 인지기능검사의 주기를 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기존 1차 간이검사(5개 항목)를 거치지 않고 처음부터 15개 항목의 인지기능 장애검사가 시행되기로 했습니다. 검사 결과 치매로 의심되면 치매안심센터로 연계해 체계적인 도움이 제공될 계획입니다. 치매 환자 가족 여행비용 지원, 치매 파트너 양성, 치매안심마을 조성사업, 치매 노인 공공후견제도, 치매 노인 실종제로사업도 실시할 방침입니다.
보건복지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국가치매연구개발위원회를 발족하고 ‘국가 치매 연구개발 10개년 계획’을 세운다.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하고, 연구개발을 통해 근본적인 치매 예방 방안을 찾기 위한 조치입니다. 10개년 계획은 단기적으로 치매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덜고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돌봄 기술 개발과 치매 발병을 줄이기 위한 예방에 무게를 싣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조기 진단과 원인 규명을 통한 치매 치료제 개발 등 치매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그간 치매 연구가 체계적인 계획 없이 산발적으로 이뤄져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만큼, 미비점을 개선하고 전 국가적인 연구 역량을 결집합니다. 박 장관은 “치매 국가책임제의 완성에 대한 연구자들의 사명과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무겁다”며 “반드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매진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위원회는 원인 규명 및 예방, 혁신형 진단, 맞춤형 치료, 체감형 돌봄 등 4개 분과위원회로 구성됩니다. 위원장을 맡은 묵인희 서울대 의대 교수를 비롯해 민간 연구 개발·의료계 전문가 13명과 정부 위원 2명이 참여합니다.
아울러 치매 국가책임제 대책을 빠르게 추진해나갈 수 있도록 복지부의 치매정책 전담부서인 치매정책과를 신설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일선 현장에서 정책을 집행할 때 느끼는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국고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치매 친화적 환경 조성 사업은?
●치매 파트너
국민에게 치매 증상과 돌봄 방법 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치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치매 환자 가족을 지지한다. 온라인 교육을 이수하고 정보 제공 및 인식 개선 활동을 하는 ‘치매 파트너’와 온·오프라인 교육 이수 후 치매 환자 치료 및 돌봄에 종사하는 ‘치매 파트너 플러스’로 구성된다.
●치매 가족 휴가제
치매 환자 가족에게 여행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가족관계 개선을 유도한다. 1일 기준 1인 7만 5000원(본인 부담 1만 원), 1박 2일 기준 1인 15만 원/3인 36만 원(본인 부담 1만 5000원/7만 5000원)을 지원한다.
●치매 노인 공공후견제도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하거나 권리를 대변할 가족이 없는 치매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와 지차제가 민법상 성년 후견인 선임 및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다.
●치매 노인 실종 예방 사업
치매 노인 배회 인식표 발급, 지문 사전등록 등을 통해 배회하는 치매 노인을 발견했을 때 신속히 족에게 연계하는 제도다.